단풍산 5

솔고개와 상동에 깃든 가을_20211028

곡선이 익숙한 솔고개에서 심지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조차 온통 뒤틀리고 휘어진 곡선일진대 가끔 그 곡선을 훼방 놓는 직선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둥근 망막에 굴절된 시선마저 불편하다. 암담한 막장으로 가는 길은 뒤틀린 심보 마냥 구부정 산길의 원치 않는 쏠림을 겪다 못해 멀미까지 일으킬 심산이지만 고개 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는 지나는 이들의 엉킨 심경이 곧 미래의 매듭임을 깨쳐준다. 그리 높지 않은 솔고개 모퉁이를 돌아 앞을 보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나무를 응시하게 되고, 그 시선의 첫인상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신선 같다. 더불어 소나무 너머 그 이상의 통찰에도 경거망동하지 않는 단풍산의 멋진 산세는 급박한 심경조차 이완시켜 잠시 쉬는 동안 이마에 구슬진 땀방울을 너스레 미소와 함께 털어준다. 사라진 광..

애환의 경계, 솔고개_20210910

오랜 역사를 관통하며 희열과 고통의 일기를 낱낱이 기억하고 있을 솔고개. 멋진 소나무의 형상은 인고의 세월과 나그네의 슬픔에 한숨 쉴 그늘을 만들어준 통찰 덕분일 게다. 세상만사 고통과 통증 없는 생명이 어디 있겠냐마는 한가득 펼친 가슴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보듬어준 것들이 가지의 굴곡으로 승화시킨 덕분에 충분히 우러러볼 기개를 가진 신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더보기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meta-roid.tistory.com 다시 넘는 솔고개_20161015 잊혀지는 세월의 슬픔에 어쩌면..

떠나는 길의 쉼표, 상동과 솔고개_20201007

하늘숲길에서 빠져 나와 만항재를 넘어 숲길을 지나 상동으로 진입하기 전, 첫 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잠시 멈춰 산자락이 복잡하게 엮인 상동을 향해 바라봤다. 조금 뜬금 없는 건 인가와 뚝 떨어진 자리에 쉼터가 있어 각종 운동기구들은 덩그러니 외면 받을만 했다. 하늘숲길 아래 고도가 조금 낮아진 곳이라 가을색이 확연히 옅긴 해도 짙은 녹음은 그 절정의 빛을 잃고 이 땅을 서둘러 떠나기 시작했다. 영월군 상동읍(上東邑)은 태백산맥의 중부 산간에 위치한 영월군의 읍이다. 면적은 139.5 km2이고, 인구는 2017년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1,157 명이다. 광산 취락으로 성장해 한때 인구가 4만 명을 넘었으나, 광산 채굴이 중단되면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해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읍이다. [출처..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상동 가는 길_20190422

만경사를 거쳐 상동으로 가던 중 통과 의례로 거치게 되는 솔고개는 나도 모르게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 천천히 오르게 된다.하루 종일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살이 내리 쬐이며 그에 더해 힘겹게 오르던 솔고개를 넘어 서자 하나의 성취감과 더불어 단조롭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특이한 풍채에 반해서 마법의 덫에 걸린 양 끌려 가는게 아닐까? 솔고개의 주인공 소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면밀하게 살펴보면 세월의 굴곡이 무척이나 많이 패여 있다.한 해가 지나도록 뭐가 그리 달라 졌겠냐마는 자주 올 수 없는 길이라 변화를 찾는게 아닌 존재 과시에 안도한다. 솔고개 너머 단풍산은 여전히 아래를 굽이 살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산신령처럼 이 지역을 다스린다.늘 무고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둥지처럼 평온하게 지키는 파..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상동에서 채굴되었고 산골을 따라 4만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해 있었다는 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정보인 만큼 과거의 시간들이 난 그리웠었나 보다. 모운동이 어느 순간 과거의 시간을 완전히 씻어 버렸다면 상동은 그 시간을 그대로 붙잡아 둔 채 흔적들마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어쩌면 모운동에서의 아쉬웠던 기대감을 상동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언덕길에 축축히 젖은 흙조차도 제대로 재현했다. 모운동에서 상동으로 가는 길은 역쉬나 높은 산들이 사방에 둘러쳐져 있어 얼마나 더 깊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에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