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66

만추의 잔해_20181206

이른 아침엔 눈꽃을 보고, 해질녘에는 가을 꽃을 시신경에 아로 새긴다.단풍 낙엽이 소복히 모여 있지만 가을 꽃만큼 아름답지 않나. 동면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표식인지 단풍의 고유 색감을 아직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아주 잠깐이면 주위에 태동하는 계절을 볼 수 있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록 위안거리를 스스로 거부하게 된다.세상이란, 인생이란 앞이, 미래가 모든 이치는 아니다.

늦은 저녁 식사_20181109

금요일이라 동탄으로 가는 고속열차가 막차를 제외하고 모두 매진이다.수원행 KTX도 사정은 여의치 않지만 역방향+통로+출입구(승객들이 가장 기피하는 위치) 잔여석이 있어 불편하더라도 예매, 수원역 도착 시각은 20시 35분으로 부실한 저녁으로 인해 허기가 극에 달했다.하는 수 없이 수원역에서 국수 하나 먹고 갈 심산으로 찾다 보니 제일제면소가 있다. 집에 오자 마자 나를 반기는 만추의 단풍으로 주차장 출입구 옆에 나뭇잎 풍성한 청단풍이 뒤늦게 익었다.그래서 자주 사진도 찍고 지나면서 눈길도 주는 나무다. 제일제면소에서 세트 메뉴를 먹었는데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금새 해치운걸 보면 무척이나 허기 졌나 보다.수원역 제일제면소는 이번이 두번째 방문으로 전혀 자극적이지 않지만 토핑에 따라 육수맛의 풍미가 확 달..

일상_20181031

10월의 마지막 날이자 만추의 흔적들이 쏙쏙 들이 나타나는 시기. 솔빛 산책로는 특히나 단풍이 많아 뒤늦은 가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잇길이다.한창 보강 공사 중인 솔빛초교가 그 너머 있다. 뜨거운 석양이 오산천 너머 세상을 달궈 붉게 물든다. 걷다 지치면 잠시 쉬고, 쉬다 보면 제법 한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만추에 올라섰다.가을이 떠나려는 공원은 벌써 사람들이 떠나 황망한 석양과 싸늘한 바람이 맴돈다.여름 내내 검붉던 홍단풍은 일찍 지는 것과 달리 청단풍은 가을이 깊도록 푸른 신록을 지키며 단풍 특유의 붉은 색을 띌까 의문이었는데 만추가 가까워질 무렵에서야 급격히 붉어지며 홍단풍과 달리 청명한 가을 기운을 빼닮은 선명한 선홍색을 띈다.가을... 이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고 설레는 어감이다.

일상_2181027

가을 밤의 산책은 떠나기 전 설레고, 나서면 취한다.낮에 자전거를 타고, 밤에 다시 걸으며 꽤나 피곤할만도 한데 전혀 느끼지 못하고 밤이 늦도록 반석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오산천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반석산 둘레길을 따라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서서 동탄2 신도시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셀카봉으로 감도를 낮추고 장노출을 했지만 자동 모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왠지 속은 각인데?! 나루마을을 지날 무렵 셀카봉에 끼워진 아이폰을 들어 가로수에 들이 대 본다.바람이 야속해질 만큼 쉬고 있는 가을을 유난히도 흔들어 댄다. 여간해서는 미동도 하지 않는 계절인데 자글대는 바람에 귀찮은 속내를 숨기고 남쪽으로 떠나겠지?

다시 찾은 통고산의 가을_20181026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은 통고산 휴양림이다.각별한 추억, 특별한 가을이 있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통고산은 일시에 변해 버리는 가을이 아니라 제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타고 계절의 옷을 입는다.통고산에 도착하자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빗방울은 조금 가늘어지고 가볍게 흐린 날이라 어둑하기 보단 화사하게 흐린 날이었다.쨍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표현이 좋고 가느다란 빗방울이라 조금 비를 맞는 감수만 한다면 활동하기 무난하다. 통고산 휴양림 초입 안내소에 잠시 내려 매년 찾아올 때마다 인사를 나눴던 분과 잠깐 대화를 하고 바로 진입 했고, 첫 만남은 여전히 인상 깊은 단풍의 향연이 나를 반겼다.평일이라 통고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차를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진행해도 어느 하나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한티재에서 생태숲 _20181026

앞전과 같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 구부정한 한티재 고갯길을 넘던 중 가파른 언덕에 도배된 들국화 군락지를 발견했다.오지 마을에 이런 광경이 사뭇 신기하다.비교적 굵어진 빗방울을 우산 없이 맞으며 카메라가 젖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 몇 장을 남길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숨 막힐 듯 매캐한 들국화 향이 대기의 분자 분포도를 뒤틀어 버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고갯길에 먼 곳부터 서서히 다가가며 찍는 동안 내리는 비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한티재 주유소에 들러 굶주린 차에 식사를 든든히 채워 주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며 수비면을 지나는 길에 학교가 보여 잠시 차를 세우고 차창만 연 채로 한 컷. 희안하지?반딧불이 생태숲에 2번을 왔었는데 한결 같이 굵은 가을비가 카메라를 허락하지 않고 기억의 창고만 ..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흥림산에서 자생화 공원까지_20181026

그 놈의 지독한 아쉬움으로 9일만에 다시 찾은 영양이지만, 아쉬움의 진원지 였던 가을비가 조롱하듯 똑같이 재현 되어 은둔의 방해를 간접적으로 항변하며 완고한 거부처럼 보였다.차라리 현재의 상황을 즐기자는 의미로 욕심을 내려 놓자 비도 가을의 일부로 재해석 되었다.비는 잠자고 있던 사물의 소리를, 가을은 움츠리고 있던 감성을 일깨웠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두터운 여독이 어깨의 백팩처럼 묵직할 거라 우려 했지만 기우에 불과할 뿐, 눈을 뜨자 믿기 힘들 만큼 몸이 가볍고 마음은 홀가분했다.앞으로 가게 될 여정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을에 대한 상상은 거품이 잔뜩 든 기대감이 아니라 담담한 가운데 있는 그래도 받아 들일 심보 였으니까.흥림산 휴양림의 텅빈 휴양관을 나와 곧장 출발하지 않고, 잠시 윗쪽에 자리 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