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7

영혼의 우산, 느티나무_20200616

촌의 농번기엔 잠시 쉴 틈이 없고, 휴식은 사치로 여긴단다. 양파를 수확하고 이내 모심기에 분주한 들판. 신록과 땀방울이 모여 들판은 풍성해지고, 밥상은 화려해진다. 편집이 귀찮기도 하고, 편집하지 않아도 빛은 잠자고 있던 고유 색감에 싹을 틔운 뒤 적절한 추수를 한다. 몇 년 전 공중파를 타고 유명세의 반열에 오른 느티나무는 타는 듯한 대낮에 농심의 그루터기와도 같은 존재다. 또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멀찍이 차를 세우고 걸어와 느긋하게 자리를 잡아 카메라 시뮬레이션 모드를 바꿔가며 사진에 담는다. 자리를 바꿔서 몇 장 담은 뒤 나무 그늘 아래서 쉴 때 품앗이로 일하시던 어른 한 분이 옆에서 쉬신다. 어디 사시는지 말씀을 묻자 성주에서 오셨다며, 마당에서 키운 개복숭을 건네신다. 한 입 ..

오산천을 따라 스며든 가을 향기_20181022

걷다 지칠지언정 누굴 원망할 겨를 없이 뿌듯해진 가슴을 진정시키는게 더 급선무다.이 장면이 좋아 급한대로 폰카를 들이밀지만 이내 또 다른 매력적인 장면으로 또 폰카를 꺼내는 사이 자연 진행 속도는 더딜 수 밖에.이런 상황이라면 억척스럽게 낮이 짧은 자연 이치를 원망하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고 이내 잊어 버린다.인간이 자연 앞에 초라해지는 순간이란 바로 자연의 채색에 넋을 놓고 절대 모방할 의지를 좌절시키는 이런 계절이겠다. 길가에 이런 풍경이 널려 있는데 걷고 싶지 않을까?허락된다면 다리가 부은들 행복의 징표가 된다. 오산천을 너머 여울 공원으로 방향을 잡아 본다.출입을 제한 시켜 놓은 야생의 들판이 펼쳐져 있고, 거기에 아무렇게나 자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들판의 가을이 태동하고 있었다. 장미가 아닌 것..

여울 공원의 밤_20180924

빵빵하게 부른 배를 붙잡고 집으로 갈까? 하다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기대에 반석산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원으로써 규모가 꽤나 큰 오산천 여울공원으로 향했다. 다른 가족들이 전부 산책을 하며 배를 진정시킬 때 혼자 느티나무에 남아 야경 사진을 둘 요량으로 장노출과 아트필터 기능도 적용시켜 본다.사실 필름 시뮬레이션에서 벨비아 모드보다 클래식 크롬 모드가 더 좋긴하다.쨍하고 자극적인 벨비아 모드는 첫 인상은 좋지만 보면 볼수록 왜곡이 느껴지는데 클래식 크롬 모드는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 약간 오래된 시간과 질감이 느껴져 좋거든.특히나 이런 의미 있는 구조물이나 풍경들은 클래식 크롬이 단아함도 부여된 거 같아 좋다.조명빨이 좋아 아트 필터에 녹색만 표현하니까 사진이 잘 나와 이왕이면 초점을 흐리는 장..

일상_20180206

텅빈 너른 공원이 신기해서? 늘 반석산에서 오산천 너머로 바라 보던 호기심이 빗발쳐서?종종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산책 중 오랜 기간 공사 중이던 큰 공원을 바라보기만 하다 신도시 조성 전 둘러 봤던 전형적인 시골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었는데 거기에 천지창조 마냥 크고 말끔한 도시가 들어서고, 당산나무로 떠받들던 느티나무의 흔적도 궁금해 앞서 도보로 방문, 생각보다 재밌게 조성해 놓은 모습이 괜찮은데다 아주 한적한 매력에 이끌려 또 다시 걸어서 방문했다. 나루교 위를 천천히 걸어가며 새들의 안식처를 바라 봤다.황량하지만 대기는 비교적 맑아 산책하기 그만이다. 오산천만 건너면 바로 여울공원이다.가깝지만 걸어서 오산천을 건너는게 체감상 멀게 느껴졌고, 그래서 아직은 생소하다. 공원의 중심이 되는 자리에 자그마한..

일상_20180202

석양이 내리 쬐이는 여울공원까지 산책을 하다 보면 점차 길어진 낮과 함께 겨울의 끝자락을 실감할 수 있다.이 공원까지 걸어서 온 건 처음이라 거리에 대한 확신 없이 반신반의 했는데 생각보다 가깝다.처음이 낯선 거지 다음부터 만만하게 걸어 올 수 있겠다. 여울공원 한 가운데 서서 반석산을 바라 보면 산 너머 메타폴리스와 여타 다른 주상복합 빌딩이 솟아 올라 있고, 약간의 미세먼지로 대기가 좀 뿌옇다. 도시가 개발 되기 전,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던 느티나무는 개발 과정에서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접근을 막고 있었고, 개발 후 큰 공원의 작은 묘목들과 대비되는 자태로 재탄생 되었다.(동탄2신도시 큰 어른, 휴일에 만난 동탄 곳곳들)사계절 동안 짙푸른 신록을 드리웠다 가을색 옷으로 갈아 입고, 겨울엔 앙상하지..

시간의 파고에도 끄덕없는 부론_20150307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충주, 음성 지인들인지... 족히 8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큰 형님 뻘 되시는 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전부 재회하기로 하고 장호원에 후딱 도착해서 큰 형님 되시는 분을 먼저 만났다.아직 만나기로 했던 약속 시각이 여유 있어 그 분께 부탁 드려 예전 내 추억이 묻힌 장소로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콜! 부론으로 간 까닭?예전 기억에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이 느티나무가 건물로 가지를 뻗자 그 가지를 잘라 낸게 아니라 가지가 지나는 길을 건물 안에 틔워 줬었다.2004년에 첫 방문했고 그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가 보다.현대에선 이해하지도 않고 이해할 가치도 없는 걸 옛사람들은 배려와 공존공생의 방법을 알았던 게지.당시 2층은 다방이었는데 지금은 간판이 없고 1층에 다방이 있군.게다가 부론 옆..

휴일에 만난 동탄 곳곳들

전날 열심히 청소한 덕에 휴일은 상대적으로 시간도 그렇고 심적인 여유도 넉넉했다. 모처럼 자전거 한 번 땡길까? 했는데 이번엔 자전거 타이어가 말썽이다.3년전에 임시 방편으로 부품하나 교체했더니 괜찮아서 그 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종기처럼 표면으로 드러나 다시 시도해 봤지만 이번만큼은 호락하지가 않다.어부지리로 선택된 도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 어쩌겠는가? 공원 틈틈이 피어 있는 이 꽃은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지난번 자전거를 타고 갔던 동탄2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에 아직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 중 하나다.무슨 용도의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오래된 흔적이 역력한 콩크리(?) 벽면에 빼곡한 초창기 광고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락카로 뿌린 전형적인 과거식 상호와 뗄레뽕, 짤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