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호랑나비의 날갯짓에 넋 잃고 그 뒤를 총총히 따라 밟는다. 어릴 적엔 곤충 표본으로 메탄올 주사를 놓아 즉사시켰다면 이제서야 그 생명의 고귀함을 알게 되었고, 그러기까지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다. 너도 나처럼 고결한 존재임을, 그래서 요즘 보기 힘든 곤충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깨닫는다. 내가 미행하는 것을 녀석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제 할 일과 제 몸짓에 충실하다. 가을 장마를 피해 구름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소백산 연화봉과 지날 때마다 신기한 산능선나무숲. 백두대간을 지날 무렵 끝없이 펼쳐진 장벽 위에 망루처럼 솟아난 구조물이 소백산 천문대로 고교 졸업 후 친구들과 오르면서 개고생한 추억을 묻은 곳이다.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는 백두대간을 지나기 전, 무겁던 하늘이 가벼워지려 한다.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