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19

일상_20190413

한 주 지나 찾은 오산천 산책로는 예견대로 벚꽃이 만발 했고, 거기에 맞춰 인파가 북적였다.오산천엔 물이 흐르고, 산책로엔 인파가 뒤섞여 흐르는 곳, 그곳으로 걸어가 함께 인파에 섞여 발길이 닿는대로 흘러 다녔다. 나루마을 인근에 산책로 초입부터 벚꽃을 찾은 사람들이 북적인다.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홀로 찾은 사람들로 다양하게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며 심취한 표정이다.일 년 중 아주 잠깐 만날 수 있는 날인 만큼 일시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가을에 단풍이라면 벚꽃에 비해 꽤 오래 볼거리를 유지하지만 벚꽃은 화려하게 폈다 어느 순간 급격히 꽃잎이 떨어지며 사그라들어 사람들의 애간장을 더 태운다. 봄이라고 해서 벚꽃만 있는게 아니다.하지만 벚꽃만큼 화사한 봄의 전령사가 또..

일상_20180813

일상을 기록할 겨를 없이 바쁜 나날이다. 잠깐 주변을 산책하거나 여가 활동을 하는 것도 거의 없이 오로지 회사와 집,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마음의 짐만 둔 학업은 늘 지고 다니는 무거운 배낭 같았다. 유난히 더운, 폭염이란 단어가 일상화 된 이번 여름은 더더욱 여행이나 외부 활동의 발목을 잡았고 이마저도 큰 마음 먹지 않았다면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을거다. 잠깐 걷는 사이 땀은 자연 발원하는 강물처럼 몸 전체를 순식간에 젖게 했고, 그걸 대비해서 챙겨간 음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을 드러냈다.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던 중 하늘 위를 유영하는 까치 한 마리는 지친 어깨를 펴고 걷던 걸음을 재촉시켜 줬다.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게 까치는 악동처럼 다른 조류나 마당에서 키우는 개, 고양이를 괴롭히던 ..

일상_20180429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커피 한 잔. 활동하기 좋은 날인데 집에만 틀어 박혀 있을소냐.강렬한 햇살에 전형적인 봄날이라 고글 끼고 동네를 배회해 본다. 얼마나 햇살이 강했으면 동네마다 거리들은 한산했다.그나마 공간을 메우는 건 재미 있는 놀이에 빠져 강렬한 햇살을 잊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을인가 착각을 들게 만드는 홍단풍이 짙은 붉은 색을 입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 뜨거운 빛을 반사 시킨다.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 거의 한 바퀴를 돌고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맞는데 햇살이 부담스러워 그 쬐는 태양 아래 있으면 금새 땀이 맺히는 열기를 느꼈다. 호수공원에서 자라는 갈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자랐다. 다시 반석산 방향으로 잠시 오른 뒤 이내 동탄복합문화센터로 하..

일상_20180422

비 내리는 휴일. 이게 얼마만의 여유인가? 얼마 전이 었던 것 같던 반석산 옆 오산천 산책로의 벚꽃은 딴 세상에 온 것처럼 꽃잎을 몽땅 날려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파릇한 잎사귀가 그 자리를 꿰찼다.산책로 길 바닥에 꽃잎 자국이 많긴 하지만 내리는 비에 씻겨 조만간 그 흔적 조차 없어 지겠다. 우산은 두고 방수 자켓을 걸치고 나왔는데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악동 까치 한 녀석이 비에 젖어 날지 못하는지 가까이 가도 튀기만 할 뿐 날아가지 않고 눈치를 본다.원래 이 녀석들은 눈치가 100단이라 가까이 갈 낌새만 느껴져도 날아가 버리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거다.요런 귀여운 악동 같으니라고... 버들강아지를 못 본 거 같은데 벌써 씨앗을 틔워 세상 여행을 위해 떠날 채비를 끝냈다.무..

일상_20170731

2017년 7월의 마지막 날엔 어김 없이 변덕스런 날씨를 반증 하듯 빗줄기가 굵어 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한다.오후 느지막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 차림에 소지품을 챙겨 잰걸음으로 산책을 나왔다.계획은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북쪽 끝을 찍고 노작호수공원을 거쳐 투썸플레이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남쪽 끝, 사랑밭 재활원에서 집으로 가는 코스 였다. 노작마을 카페와 반석산 사이에 노상 테이블과 자그마한 경작지가 보기 좋아 어느새 부터 인가 이 길을 거쳐 노인공원을 통해 반석산에 진입하는 횟수가 빈번해 졌다.이미 가늘게 떨어지던 빗방울은 좀 더 굵어졌지만 유난히도 비가 좋아 흠뻑 젖지 않는다면 이렇게 비를 맞이하는 것도 좋다.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가 오산천 산책로를 한 바퀴 돌려면 체력..

일상_20170519

입는 옷의 두께가 얇아짐과 동시에 상의 팔이 짧아지고 더불어 낮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져 여름이 목전으로 다가왔다.퇴근이 빨라져 동탄에 도착했음에도 아직 대낮 같아 냉큼 집에서 옷을 갈아입곤 카메라를 챙겨 얼마 남지 않은 아카시아 향을 찾아 나섰다. 동탄복합문화센터 뒤 반석산자락엔 여전히 아카시아 향이 진동을 하는데 대부분 꽃이 떨어져 시들었건만 아직도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은 양 시들지언정 그 향의 자태를 뽐내는 아카시아 꽃이 매달려 있는 나무도 있다.둘레길을 한바퀴 돌아 도착한 동탄복합문화센터 뒷편 반석산 무장애길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꽃이 매달려 발걸음을 잠시 붙잡아 둔다.대부분 낮은 곳에 꽃은 떨어져 바닥에 떨어진 채 말라 비틀어져 있는데 키가 큰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 부근엔 아직도 꽃..

일상_20170501

이거 5월인데 왜 여름 같지?간소한 차림으로 동네를 다니는데 워째 얼마 걷지 못해서 땀이 삐질삐질 베어 나온다. 아파트 담벼락을 가득 채운 영산홍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기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동네 곳곳을 물들여 나간다.근데 이 강렬한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겁나 뜨겁구먼. 동네 고샅길은 따가운 햇살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 사람들로 느므느므 한산하다.소나무 가로수가 많아 겨울에도 비교적 우거진 길인데다 처음엔 한눈에 보이던 길 전체가 이제 성장판이 팍팍 열린 나무로 가려져 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반석산 아래 노인공원 팔각정 아래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아직 남은 봄바람을 쐬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꽃봉오리를 피우는 중이시다. 대낮 공원을 밝히는 활짝 핀 민들레 씨앗. 둘레길을 접어 들자 살랑이는..

석가탄신일 전 미리 찾아간 만의사_20170426

무신론자이면서 오마니 기도는 종교적인 차원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모셔다 드리고 나는 조용한 사찰에서 봄바람 맞으며 기분 전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부모의 자식에 대한 기원은-최소한 우리 오마니께선 그렇다- 굳이 종교에 완전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극한 기원 중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까 예전처럼 그걸 굳이 거절하거나 비판?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때마침 올 석가탄신일은 여느 해와 달리 좀 빠르게 5월 초라 미어 터지는 고행은 피하기로 하고 미리 느긋하게 다녀 오기로 했다. 사실 만의사는 가깝고 만만한 거리라 다니시는 거지 내용물은 그리 흡족하지 않으시단다.왜냐?모든 종교의 타락 징후는 바로 세속에 젖어 들듯 돈독이 올랐다는 건데 여기는 딱 유전자가 돈의 DNA가 티 난다.그래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