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11

빙벽의 향연_20160123

후배님이 자랑거리라고 나한테 보내준 빙벽을 보고 있노라면 겨울 내음이 물씬하다.자랑 삼아 청송얼음골에 보란 듯이 당당하게 빙벽 등반을 하고 왔는데 거기가 이런 곳이요, 하며 자랑질을 했건만 건성으로 듣는 내게 몇 번을 강조한다.그럼 사진을 내게 보내라고 했더니 이때다 싶었는지 번개의 속도로 한꺼번에 사진을 전송했고 한참 지나 청송얼음골이 어떤 꼬락서니인가 싶어 찾아봤는데 제법 먼 거리에 있다. 어떻게 이런 오묘한 꼬락서니가 나온다냐!조악한 실력에 아이폰으로 찍었다는데 이런 경이로운 광경이 실제 본다면 탄성에 턱관절 무리 오것지?후배님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산중에서의 차 한 잔, 백년찻집_20151212

팔공산 자락에 고급 음식점이 즐비한 곳에서 오랫 동안 장수하는 백년찻집을 처음 간 건 새천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중 경주 보문단지에서 감포 넘어 가는 옛길이 지나는 추령재 고갯마루에도 우연찮게 있다는 걸 알고 2007년 찾아갔더랬다. 특별히 그 집 차향이 그립다거나 강렬해서라기 보단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돌아가고 있단게 참 기특하고 대견해서 대구 간 차, 으슥한 밤에 찾아갔고 비교적 늦은 밤임에도 멀리서 알아 볼 수 있을만큼 톡특한 풍광의 빛을 은은히 발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사람이 올까?왠걸!출입구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자리엔 이미 찾잔이 놓여져 있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오고 갔다.들어가는 입구부터 공간공간 놓여져 있는 소품들이 예전과 별로 변하지 않았다.그런 뚝심..

겨울 나기_20151212

서슬퍼런 겨울의 첫자락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하여 사람들 발길이 뜸한 강변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잠시 강바람에 땀을 맡길 무렵 거대한 오리떼가 평화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들어찬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가도 일사분란하게 방향을 틀곤 다시 바람을 따라 흐르는 모습이 제법 절도가 있다.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 강바람은 그리 호락하지 않건만 그 모습은 그저 훈훈한 미풍의 착각마저 들게 한다. 봄에, 가을에 그랬던 것처럼 겨울 또한 쉬고 등 돌리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세상의 이치련만 늘 우리는 현재의 핍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그렇다고 시간은, 계절은 기다림도 없고 다만 동정의 귀띔만 해줄 뿐이련만.

만추, 이별과 해후_20151106

아침이 찾아든 산중의 가을은 일상에 젖었던 동안 무언가 잊은 약속을 깨친 듯 급히 서둘러 떠날 채비를 끝내고 잠시 빠뜨린 무언가를 고심하고 있다.가을이 떠나면 새벽 이슬이 서리가 되어 무거워지고내리는 비조차 눈이 되어 둔해져 한자리에 오래 머물려 하고가을을 응원했던 나무들은 잎사귀를 모두 써버려 깊은 단잠에 빠지고각양각색의 길들은 반가움을 잊은 채 정색을 할 거다.모든 문명의 소리를 차단한 채 오직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몸짓으로 활개하던 이 숲의 자연은 조만간 찾아올 겨울엔 선명하던 소리조차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가을을 장식했던 자욱한 낙엽을 바람에게 맡기고 추수에 소외된 열매들은 산중에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맡기겠지.떠나는 가을, 만추의 빛 바래고 허허로운 공기를 뒤로 한 채 떠나는 나는 이제 모든 ..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리운 가을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운 발로일까? 바다와 산을 아우를 수 있는 통고산으로 가는 길은 늦은 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행군과도 같았다.영주를 거쳐 봉화를 지나는 36번 국도는 가뜩이나 인가가 드문데 밤이 되면 나 혼자 암흑을 방황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자정이 넘어 잠시 쉬어간답시고 춘양을 들렀더니 온전히 잠든 마을이었는데 외롭게 불을 밝히는 등대처럼 편의점 하나만이 움직이는 불빛의 흔적을 발산 중이라 극단의 반가움이 울컥 치솟았다.춘양하면 일교차가 원캉 커서 해가 진 한밤과 새벽에 거짓말처럼 추운데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여주인은 겨울 무장을 하고 쓸쓸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따스한 두유 두 병을 사서 하나는 완샷! 하나는 품 안..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입소문이 덜한 만큼 차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던 중 머릿속에 불빛이 번쩍!올 초여름 반딧불이를 만나러 갔던 오지 마을, 영양이었다.(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역시나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이용하여 영주역에 도착, 일행을 만나 밤 늦은 시각에 영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줄곧 잡아 18시15분 청량리역에서 출발->20시 50분 영주역에 도착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든채 21시40분에 영양으로 출발->봉화를 거쳐 23시 무렵에 영양 도착...

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울나라 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인데 같은 오지 동무 중 봉화는 도로가 좋아져 쉽게 갈 수 있지만 영양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여전히 봉화나 안동에서도 한참을 지루한 산길로 가야 되는데 그런만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07년 가을에 검마산을 갔었는데 피부에 닿는 그 보드라운 빗방울의 느낌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걸 보면 흐른 시간동안 그 느낌이 강하게 각인되었나 보다. 전날 영주역에서 일행들과 만나 늦은 밤에 도착했던 흥림산 휴양림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검마산과는 달리 영양군에서 운영하는 작고 아담하지만 깨끗한 휴양지였다. 흥림산 휴양림에 도착해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 베란다 너머를 보니 가을이 온 마냥 하늘이 높고 시원하기만 하다. 비록 산과 계곡의 규모는 검마산에..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아직은 춘분이 안지났다고 밤이 빨리 찾아오는데 이틀 후면 춘분이네. 그럼 봄이구나 싶어 2월 중순에 갔던 청풍리조트를 다시 찾아갔다.역시나 가는 길은 청량리에서 새마을호를 이용했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리는게 엄청나게 빨라져 부렀다.그래도 밤은 밤이여. 19일 퇴근 후, 잽싸게 도착한 제천역은 여전히 조용하다.기차가 도착할때 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게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런가보다.포토라이프가 많이 소홀해졌음을 느끼는게 하다 못해 아이폰 카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카메라는 오죽하겠나?도착해서 저녁 해결하고 커피까지 해결하는 동안에도 기록에 대해선 거의 체념 수준이라 반성에 또 반성을 해야 된다.그냥 안했으면 안 한대로 살아도 불편을 못느끼는데 꼭 지나고 나면 `짱구야!..

원시적인 겨울, 구수곡 휴양림_20150124

구수곡을 알게 된 건 작년 가을이다. 가을 바람이 들어 불영계곡 갔던 길에 숙소를 덕구온천호텔로 잡았었는데 거기서 울진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평소 좋아하는 통나무집들이 `총각! 우리한테 관심 좀 갖지?'라고 말하듯이 쳐다 보고 있지 않은가?굳이 새로 생긴 호기심을 억누를 필요 없어 웹을 통해 서칭을 해 봤더니 아홉개의 개울이 합쳐지는 골짜기라?그만큼 계곡이 깊고 다채롭다고 했다.바로 예약 들어갔더니 웬 걸? 이미 12월꺼정 주말 휴일은 완전 매진이다.그럼 1월 도전을 해 보기로 하고 12월 예약 가능일자에 들어가 봤더니 이날 몇 개가 눈에 띄인다.앞뒤 잴 겨를 없이 바로 예약 때리고 트래킹 멤버 호출.전부 나 만큼 좋아하는 걸 보고 아주 흡족하게 예약했던 그 날을 기다렸고 당일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

겨울 바닷가_20141213

전날 퇴근해서 바로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울진행 버스를 탔지만 원주 지날 무렵부터 대책없는 폭설로 더디게 나아갔다.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그나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할때 즈음이라 생각보단 이동 속도가 괜찮았고 강릉을 지날때 밖을 보니 그짓말처럼 화창해서 밤하늘에 별이 쫑알쫑알 빛나는 중이었다.6시간 채 걸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선방했다고 봐야지. 완전 텅빈 울진 터미널에 도착해서 일행을 만나기 전에 올라가는 차편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는 벱이쥐.일단 아이뽕으로 시간표 정도는 챙겨 놓고~동서울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는 삼척-임원-호산-부구-죽변을 거쳐 울진을 종착점으로 하는데 앞 터미널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많아 마지막 울진에선 나를 포함 3명 뿐이었다.추운 겨울에 적막한 터미널 안은 자그마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