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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_20241102

껌딱지가 떨어질 땐 퍼질러 자거나 햇살이 좋아 일광 소독을 할 때인데 특히나 가을볕이 좋던 주말에 집사들이 모여 녀석의 심리적 안정감이 극도에 달하면서 햇살이 쏟아지던 따스한 창가에서 일광 소독을 준비했다.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여겨질 무렵이 이맘때쯤이라 녀석 또한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 속에서 그 따스함을 만끽하며 그루밍 중이었다.집사들이 쇼파에 앉아 있나 꼼꼼히 훑어본 뒤 녀석은 그대로 퍼질러 누웠다.어디든 누우면 제 잠자리가 되고, 쉼터가 되었다.한참을 일광 소독한 뒤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해 쇼파에 드러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집사들은 평소처럼 생활을 해도 녀석은 여간해서 잠을 떨치지 않았다.그만큼 제 영역이라 여긴 집 안에서 낙천적으로 변했다.녀석이 자는 걸 그대로 두고 집을 나와 오산으로 ..

무심한 한가위 폭염과 가을 하늘_20240917

완연한 가을로 넘어온 한가위에도 여름의 위력적인 폭염은 여전했고, 에어컨은 연일 휴식도 모른 채 끊임없이 돌아갔다.베란다 창 너머 하늘빛은 완연한 가을이건만 더위는 지칠 줄 모르고 그 세상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더위에 주눅 들었고, 오죽했으면 고양이도 덥다고 에어컨 앞에서 애정 공세를 폈다.그러다가도 창밖 청명한 하늘빛에 이끌리듯 가족들과 뭉치를 차에 태워 가까운 노작 호수공원으로 갔는데 혈기왕성한 뭉치만 신났다.하늘빛은 이렇게 고울 수 있을까?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의 선들이 선명하다 못해 마치 눈앞에 바짝 다가온 것처럼 입체감이 풍부했다.더위와 한가위가 겹친 날이라 너른 공원은 텅 비어 강아지들이 뛰어놀기 안성맞춤이었다.사진에 뜨거운 더위가 표현되지 않아 마치 서늘한 가을 아래 메타세쿼이아가 서정..

정감 많은 깡패, 뭉치_20240914

역시나 녀석은 동네 깡패 따로 없다.집에 놀러오자마자 미친듯이 집안 곳곳을 탐색하고 영역표시하고 보안을 점검했다.다행히 기저귀를 채워놓긴 했지만 워찌나 설치는지 기저귀가 벗겨지려 했다.반갑고 스담해달라는 뜻으로 짖어대는데 대형견이 짖는 소리와 흡사해 집안 전체가 울렸다.그렇게 정신 없이 설치다 녀석도 지쳐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는데 주뎅이 일대가 김치찌개를 먹은 것 마냥 변색되어 있었다.녀석이 집주인 노릇을 하여 울집 냥이는 작은 방에 두고 문을 닫았는데 혼자라 생각했는지 냥이 밥을 깨끗히 비웠고, 정수기는 녀석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조금 한숨 돌리면 또 설치고, 그러다 쉬고, 가쁜 숨이 가라앉으면 또 설치고...그렇게 한 시간 정도는 뭉치로 인해 집은 개판이 되었다.그래도 귀엽고 정 많은 뭉치~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부산 금련산과 황령산_20240610

도심을 가르는 황령산과 금련산은 부산의 터줏대감이자 도심 야경의 진수를 확인시켜 주는 거대 탑이기도 하다.전날 소주 몇 잔으로 아쉽게 야경은 물 건너가 버렸고,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 나란히 하는 금련산에 이어 황령산에 차로 이동하여 연무 서린 도심을 둘러봤는데 가장 먼저 금련산에서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해운대에 서린 뿌연 안개가 하나의 그림을 남겼기 때문이었다.금련산은 부산 연제구, 수영구, 남구에 걸쳐 있는 해발 413.6m로 바로 옆 황령산보다는 약간 낮다. 부산시민들이 황령산이라고 말하면 실제 황령산뿐만 아니라 옆의 금련산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산의 봉우리는 거리도 멀지 않고 도로로 금방 연결된다. 산자락에 금련산청소년수련원과 폐업한 지 오래인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이 있..

어김 없이 봄, 봉화_20240429

때마침 지나던 길에 5일 장터가 열려 구경도 하고, 양질의 식료품도 저렴하게 득템했다.게다가 금낭화와 핫립세이지 모종도 모셔왔는데 몇 해 전 집에서 있던 금낭화가 서거하시어 또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왜냐, 내가 젤 좋아하는 꽃 중 하나이기 때문.가시엉겅퀴는 산과 들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추서고 높이 약 25cm,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전체에 부드러운 흰털이 난다. 뿌리잎은 줄기잎보다 크고 꽃이 필 때 남아 있다. 잎몸은 타원형 또는 도피침형이며 깃꼴로 갈라진다. 갈래조각은 난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깊이 파여 들어간 모양의 톱니와 가시가 있다. 줄기잎은 타원상 피침형이며, 촘촘히 붙어 난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가지와 줄기 끝에 머리모양꽃차례가 1~3개씩 달리고 지름 3~5..

태백 철암역에서 협곡열차 타고_20240406

다시 찾은 철암에 변한 것은 단 하나, 바로 겨울이 물러난 자리에 봄이 들어와 한층 온화한 정취로 변모했다.하얀 눈으로 뒤덮인 선로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철암천은 두텁던 얼음 대신 신록의 희망에 잔뜩 부풀었다.어느 하나가 좋다는 느낌보다 산골 마을 계절이 주는 묘한 매력을 함께 체득한다는 게 계절마다 특색 있는 푸짐한 밥상을 거나하게 즐긴 기분 이상이었다.다만 열차 이용과 식솔이 많아 시간대가 애매한 바람에 철암에 1시간 정도 머문 걸로 만족해야지.꾸준하게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꽈배기를 시켜 포식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 예약한 열차 출발이 임박했고, 돌아오는 길에 승부역, 양원역에 잠깐씩 들러 감질 맛 나는 간이역 구경에 비해 순도 높은 오지를 편하게 앉아 정독하는 재미는 ..

해안의 친근한 혈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_20240117

23년 봄 이후 다시 찾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부분적으로 당시 수해가 복구되긴 했지만 그 길에 잠재된 정취는 그대로였다. 세찬 겨울바람과 달리 바다는 온화했고, 어촌 마을은 그지없이 평화로웠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시작하여 호미곶까지 약 18km의 첫 구간인 선바위 힌디기까지는 접근성이 좋았고, 바다 위 데크길과 그 주변 기암의 상호작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과 같은 지점을 향해 앞서거니 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길의 풍미를 공유하는 동안 그 매캐한 매력 위에 노 저어 유유히 흘러갔다.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

가을의 노란 함박눈이 아름다운 순창 채계산 일광사_20221104

칼바위능선의 매력을 향유하기 위해 가을 체계산으로 향하던 길에 노란 은행 물결이 살랑이는 길의 정취를 애피타이저처럼 즐겼다.산 능선과 연결된 길이라 작은 사찰로 지나면서 그 길이 막혀 다시 돌아나오던 중 사찰 귀퉁이에 얌전히 있던 백구가 어느새 따라와 몸을 쉴 새 없이 비비는 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참 스담을 하다 돌아 나오는데 녀석이 쫓아와 가던 길을 용케 알아채고 함께 동행하는 모습에서 마치 헷갈리는 길을 제대로 짚어 주는 것만 같았다.때마침 출렁다리를 찾아 길 잃은 차량 한 대가 다가오자 제 임무를 다하고 서둘러 숲길로 돌아가 버린 녀석에게 인사도 못한 채 진입로에서 녀석이 사라진 숲길을 쳐다보며 짧은 반가움에 씁쓸히 작별했다.여정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인연과 추억은 작은 원동력이자 스스로에..

풍성하고 너른 정원 카페, 우즈 베이커리 포레스트_20220709

작은 자연을 조성해 놓은 카페에서 야외 의자에 기댄다. 바람에 섞인 풀내음으로 습한 여름을 잠시 잊는 동안 허리 숙여 보이는 것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서 커피향을 잊어버리는 건 양날의 검이다.-그만큼 가격에 비해 커피 맛이 뵑!- 야외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반려견은 실내 출입 불가라 어쩔 수 없었던 '이유'가 '덕분'이 되었고, 때마침 야외 너른 공간 중 괜춘한 자리를 선점해서 커피 한 잔 곁들이며 큰누나네와 헤어지기 전, 나른한 오후 시간을 보냈다. 요 녀석은 초코 푸들인데 어찌나 까칠하고 멍충한지, 얼마 전에 봤는데도 또 사납게 짖어 대고,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이란 개념이 없는지 틈만 나면 짖어댔다. 나도 댕이를 오래 키워 봤지만 금세 가족이나 가족과 친한 지인을 빨리 습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