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열심히 청소한 덕에 휴일은 상대적으로 시간도 그렇고 심적인 여유도 넉넉했다.
모처럼 자전거 한 번 땡길까? 했는데 이번엔 자전거 타이어가 말썽이다.
3년전에 임시 방편으로 부품하나 교체했더니 괜찮아서 그 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종기처럼 표면으로 드러나 다시 시도해 봤지만 이번만큼은 호락하지가 않다.
어부지리로 선택된 도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 어쩌겠는가?
공원 틈틈이 피어 있는 이 꽃은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지난번 자전거를 타고 갔던 동탄2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에 아직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 중 하나다.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오래된 흔적이 역력한 콩크리(?) 벽면에 빼곡한 초창기 광고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락카로 뿌린 전형적인 과거식 상호와 뗄레뽕, 짤막한 PR을 보고 있자니 80년대 아주(?) 어린 시절이 울컥 생각나 그때로 돌아가고 시포라~
오산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또한 무척 반갑기만 하다.
실제 건널 수 없을 만큼 오산천에 풀들도 무성하고 출입도 수월하지 않다.
드뎌 지난 번에 만났던 느티나무.
무려 400년 이상이 된 보호수란다.
역시~
어릴적 양계장하던 울 집 커다란 마당에 있던 미류나무와 느티나무들이 그립다.
아.. 이 자태가 왜이리 멋있는고.
이 자리에 있던 마을을 두루두루 살피는 수호신이자 더울때 뜨거운 햇살을 잠시 피할 수 있도록 그늘진 천막도 되어주고 때론 급작스럽게 비가 내리면 스펀지처럼 빗물을 머금어 옷이 젖지 않게 해 주는 우산도 되어 주는 다재다능하신 어른이여.
허나 먼데서 봐도 한눈에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는 그 포스가 장난아니다.
이거 신도시가 들어서면 이 주위가 월매나 꽃단장 할까 궁금해 종종 들릴 것만 같다.
곳곳에 피어 있는 개망초는 생명력이 강인한가 보다.
개망초를 본 게 족히 한 달은 넘은 거 같은데 지금 봐도 여전히 꽃망울이 생생하다.
잠시 화려하게 피는 벚꽃보다 이 수줍어하는 야생화의 자태 또한 함부로 볼 포스가 아니구먼.
철새 도래지를 지날 무렵 오산천 너머 반석산과 산책로가 보인다.
동탄으로 이사 와서 난 이 길을 얼마나 많이 걸어 다녔을까?
어느새 익숙해지고 친근해져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아름답고 수수한 길이다.
고추잠자리가 벌써 싸돌아 댕긴당가?
문득 생각나는 조용필 노래.
옴마야~ 나는 왱~ 갑자기~ 지다리지~
철새 도래지엔 오늘도 놀러 나온 새들이 많다.
내가 오산천으로 접근하자 발치에 있던 오리들이 가벼운 파랑을 일으키며 `걸음아 날 살려볼랑가?'하며 도망 간다.
짜슥들!!
옵빠 무서운건 알아가지고서리...
요따구로 올 때마다 새들의 개체 수가 많다.
지나면서 찍은 몇 가지 꽃들 중 칡꽃은 오랜만에 본다.
여전히 벌레가 많고 단박에 눈으로 들어 오지 않지만 무성한 칡이 만든 그늘 밑으로 햇빛을 피하려던 찰나 꽤 많은 꽃이 보인다.
아릿다운 바이올렛 빛깔.
근린공원에 배가 열렸다.
이거이거 가을이 기대되는 걸~
넌 기대는 안되지만 이쁘긴 하다.
허나 독버섯이란 것.
동탄 국제고와 짓다 만 파티오 타운하우스 사이 자그마한 산 꼭대기 공원인데 여기 모기 작살나게 많다.
올라 갈 때마다 몇 방씩 물린 처절하고 피 비린내 나는 곳이다.
그 공원 꼭대기에서 아래 세상을 바라 보고 찍은 풍경들.
공사가 중단된지 한참은 지나 이제는 흉물스럽기까지 한 파티오 타운하우스의 모델하우스 격이다.
얼릉 새옷을 입고 주변의 멋진 풍경들 속으로 동화되었으면 좋겠다.
한동안 주위에 머물며 짖어 대는 새 한 마리가 조용한 동네의 적막을 날카롭게 갈라 놓는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과 그 주위의 세상들도 정지된 사진으로 새겨 놓으면 새롭고 이채롭다.
한 잔의 차가 입속에 들어와 미련의 여운을 남기는 것처럼 사진도 눈으로 들어와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그 매력은 이제 점차 느끼기 시작하는 첫 걸음의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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