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0140517_주말 밤 풍경들

사려울 2014. 5. 22. 22:45

평소 걷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던 얇팍한 생각이 지난번 금호강 자전거 라이딩 때 저질체력이 드러나면서 나름 충격을 먹곤 틈틈히 걷는 운동을 해야 겠다는 다짐이 들더라.

직장 생활 중에선 규칙적인 시간을 할애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조금이라도 자주 걷기를 하지만 불쑥 찾아드는 귀차니즘은 극복하기 힘든고로 주말이나 시간이 편안한 시간에 카메라를 메고 동네라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게 의외로 많은 양의 운동도 되고 덜 지치는데다 사진 찍는다고 요리조리 왔다리갔다리 하다 보면 꽤 많이 걷게 되어 있단다.

그래서 칼 뽑은 김에 무우라도 잘라 버릴 심산으로 낮에 잠시 걷는 동안 받았던 삘을 그대로 이어가자꾸나.



해가 지고 땅거미도 질 무렵 집에서 나섰으니 이른 시간은 아니겠다.

동탄의 야경은 그리 이채롭지는 못한 게-그렇다고 별 볼일 없단 것도 아님-아파트가 많다 보니 가려진 곳들이 많다.



솔빛마을 근린 상가 지역인데 적당히 밤이 익어가면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덩달아 뜸하다.




종종 가서 식사를 하게 되는 마미교자 칼국수도 이제 잔치가 끝나고 문 닫을 채비 중이었다.

여기 정식을 시키게 되면 몇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칼국수와 뎁따시 큰 만두에 마늘 보쌈 조금이 하나로 나온다.

마늘 보쌈의 정갈한 맛을 상기시키니 입안에서 급 군침 도는 이 본능.

아차.. 게다가 여기 정식은 5월 한 달간 가격 인하한다는데 그 날 처음 알곤 다음날 오마니 모시고 가서 허벌나게 드셨다.




잠시 땀도 식히고 그립던 커피도 마실 겸 해서 카페마노에 들러 아메리까~노 한 사발 마시며 구름과자 한다발 쳐묵.

갈수록 여기 인테리어는 정성이 그득하면서 따스한 느낌이 들고 거기에 커피 맛도 좋아 졌다.

테라스에 앉아 반석산에서 불어오는 아카시아 향이 풋풋하게 실린 바람 냄새를 맡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시다 보면 그 잠깐의 시간이 금새 지나가 버리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나루마을 부근, 동탄의 남단 끝을 향해 전진.

특히나 여긴 조용하다.



동탄 국제고등학교 옆 동탄중앙로는 가로수가 제법 자라 나무 터널을 연상케 한다.

이 나무들이 몇 년 더 자라면 무성하고 견고한 터널이 생기겠지?



국제고 뒷편에 자리 잡은 언덕에 이런 한적한 오솔길과도 같은 길이 있어 등반(?)을 하면서 한 컷.



이런 단아한 이정표가 있어 대략 갈림길의 양편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국제고 너머에 떠 있는 조금 찬 반달.

그 날도 역시나 날이 좋아 달빛도 탐스럽다.

국제고엔 밤 늦은 시간까지 열공 중인 학생들이 많은지 교실 곳곳이 등불로 밝혀져 있었다.



국제고 뒷편의 빌라촌은 뭐든지 정갈하다.

거기에 들어선 빌라들도, 텅빈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도...



전통정자엔 오고 가는 사람이 없지만 여전히 가로등 하나가 외로이 불을 밝히는 중.



좌측이 게이트볼장인데 그 주변에 이런 정자가 2개가 있지만 늘 외로움에 허덕이는 듯하다.

지나는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그 정자에 앉아 쉬는 이도 거의 보질 못했으니까.



나루마을에 길게 뻗어 있는 일직선의 길 끝에 싱그런 육교 하나가 보인다.

꽤 먼거리임에도 고도차가 있는 곧게 뻗은 덕에 한눈 가득 끝까지 들어 찬다.



동탄중앙로 나무 터널.



종종 애용하는 광역버스 첫 정류장인데 아침 출근 시간에 길게 늘어선 인파와는 달리 밤엔 한적하다.

이 정류장에서 하루가 시작되는 사람들이라면 밤에 보는 텅빈 이 곳이 어떤 낭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날 꽤 많이 걸었는지 양말이 흠뻑 젖었다.

허나 그 젖은 만큼 만족의 앙금도 가득한 주말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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