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0140522_용평과 도암

사려울 2014. 5. 27. 01:15

내가 반다시 오겠다고 했지? 도암!

기필코 도암을 둘러 보겠다던 숙원은 어느 정도 해결했어.

근데 도암이라고 하니 마치 도인의 호 같기도 한데 도인보다 더 경이롭게도 산 중 호수거든.

4월달 포스트 용평 산중에서 보면 4월 17일에 갔었는데 그 때가 한 달 조금 더 지났으니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건 아니야.

허나 4월에 방문했던 것과 달라진 건 분명 두 가지가 있어.

하나, 그 때 비해 해가 눈에 띄게 길어졌고

두나, 고만고만하던 녹색 신록이 사람의 손길이 없는 덕분에 아주 무성해졌던 거.

슷비슷비한 시간대에 갔음에도 아직 해가 떡!하니 하늘에 버티고 있는게 앗싸 가오리다 싶어 냉큼 갔어.

한 동안 해가 따라 다녔으니 워찌나 느긋하고 좋은지... 그렇다고 내가 무서워서 그런건 아냐? 아닐걸? 그래, 해가 없으면 온 신경이 곤두 서 작은 소리에도 아드레날린이 왕따시 분비되는 게 가장 큰 반가움일게야.

일단 한 번 가 보자구~



용평리조트에 이런 숙소가 있던데 꽤 근사한 거 같아서 한 번 찍어 봤을 뿐~



도암 만나러 가는 길에 이런 풍차가 보이고 산 언저리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이게 구름일까?

구름이라면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었어.

마치 높은 하늘에 떠 있던 구름에서 이탈한 한 무리의 반항아 같았거든.

누가 산 언저리에서 불을 피워서 난 연기라면?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을 거 같네.

이 때는 높은 구름이 많았을 뿐 이렇게 산 중턱을 흐를만큼 낮은 건 못 봤거든.



드뎌 두 번째로 만난 도암은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믿음직스런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더군.

난 무쟈게 반가워서 카메라 셔터를 80년대 오락실에서 오락하듯 다다다다 눌러줬지.

그걸 알아서 일까?

대기가 비교적 맑고 깨끗해서 내 기분도 덩달아 뿅 가서 마음이 샤워한 느낌이 들더라구.



이건 도암의 하류 방면인데 위성지도에서 보면 그 골짜기 부분에 모래인지 자갈 같은게 쌓였어.

과연 거기에 사람의 발길이 닿았을까?가 무척 궁금해 지는 순간이었고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저 곳에 혼자 쉬고 있다는 상상도 해봤지.



여긴 바로 위위에 사진과 같은 방향인데 렌즈를 조금 더 올렸지.

바로 딱 보일랑가?

도암이 한 눈에 보이는 자리에 인가가 있는 거 보면... 세상 곳곳에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구먼.

전망 작살이긋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좌측 산 능선에 집 같은 게 보이더라.

이럴 때 초능력을 발휘하는 내 망원 선수!

그래서 한 번 당겨 봤어.



바로 이것!

저게 집인가 싶어 계속 훑어 봤는데... 그렇다고 내가 뭔 수로 딱! 알아 먹을 수 있겠나.

근데 알면 알수록 궁금해서 미치고 점프하겠더구먼.

산 꼭대기에 집이라니...



도암 하류 방면으로 조금 이동해서 또 찍고



능선에 걸쳐져 있어서 금새 눈에 띄는 데다 이렇게 하늘색이 야시시할 땐 가 본다면 어떨까 생각도 들고.

나중에 그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찾아 봤더니? 답은 낸중에~


엑백스와 티워니로 번갈아 가면서 찍어 가면서 훑어 봐 가면서 앞으로 가다 보니 시간은 훌딱 지나버리길래 우선 하류까지 왕창 가보자 싶더라.



지난 4월부터 이 자리를 잡은 이유는 경작지라 앞 시야에 장애물이 없고 또한 옆에 차를 모셔 놓을 수 있어서 나름 심적인 여유를 챙길 수 있는 곳 일 뿐 내 땅은 절대 아냐.



드뎌 도암 끝까지 왔는데 댐으로 생긴 큰 호수더라구.

그 자태를 요 정자에서 멍 때리면서 느긋하게 감상하시라~ 뭐 이렇게 난 해석해 버렸어.

이런데라면 깡쐬주나 폭탄주 마셔도 별로 취하지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컨디션은 챙겨 쳐묵해야긋지.



풍경도 풍경이지만 카메라가 표현해낸 색감은 역쉬 끝내주잖아.



사시나무 떨듯 후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도암 근처로 가봤어.

그래도 댐이 있어서 감시카메라가 있더군.

순간 `저건 몇만 화소?' 뭐 이따구 생각을 했으니 별 관심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지.



정자의 천정은 이렇게 꾸며 놓았는데 이런 곳에 이런 풍모를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단 게 이 친구는 얼마나 서글플까?



정자 옆, 댐으로 가는 길인데 여기 있는 동안 이 도로를 달린 차는 어떤 2대의 트럭 뿐이었어.

아마도 이 길을 거쳐 가야만 되는 원주민 이긋지.



도암과 이런 장면은 참 안성맞춤인게 그냥 호수만 덩그러니 있으면 별 운치도 없고 밋밋하겠지.



하늘에 푸짐해 보이는 구름이 적당히 깔려 있는데다 용평 공기가 원캉 깨끗해서 구름 결들이 워찌나 선명한지 손을 휘저으면 손에 하얀 물감이 베어 날 거 같은거야.

그 느낌 상상해 봤나 모르지만 난 세상에서 가장 보드랍고 매끈할 거 같애.

걍 상상이니까 무료잖여 ㅎ



산중에 원시림들은 말 그대로 누구 하나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직 완연한 신록의 계절이 아님에도 칡넝굴이나 수풀이 우거져 있더라구.

반지의 제왕을 보면 무시무시한 숲이 이런게 아닐까?

이방인들이 방문하면 왠지 경계의 신호를 서로 보내어 `얼릉얼릉 꺼져 주삼!'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거 같단 말야.

호수 건너편이라 망원렌즈가 띵호와지~



서서히 해가 지는 게 보이지.

지난번의 아쉬움을 이번엔 어느 정도 털어 냈다는 걸 반증하는게 하늘 사진을 찍은 거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앞과 밑을 보는데 심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하늘을 한 번씩 우러러 본다지?

걍 내가 짜집기한 개똥철학인데 그 날 적절하게 그 개똥철학을 증명한 거, 그러니까 주위를 둘러 보다 종종 하늘을 우러러 보며 혼자 있는 시간의 자유로움을 지상에만 가둔게 아니라 하늘로도 뻗어 나갔단 거라구.



여기는 정자가 있던 도로 건너편 주차장 한 켠인데 이런 곳에 있는 벤치들은 왠지 고독, 사색, 기다림 같은 단어가 생각나네.

벤치조차 자기들에게 잠깐 휴식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그리울 거 같단 거지.

보는 내 입장에선 운치도 있고 시간이 정지된 느낌도 들더라.



이제 슬슬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어.



도중에 도로가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절벽 위에 서 보니 벼랑 밑에 이런 곱디고운 꽃들이 보여 줌으로 잔뜩 당겨 찍는 여유도 부리고.



도암 한 가운데 뭔가 깨알 같은 점들이 옹알옹알 움직이는 게 보여 망원렌즈의 줌을 당겼더니 오리 일가족들이 한가롭게 소풍을 나왔더라구.

이 오리들은 자기들 세상이 얼마나 행복한 곳인 줄 알기나 하려나?

말이 통한 다면 귀띔해주고 싶었으나 패쑤~



보통 산에 수풀이 이 정도로 우거져 있는데다 칡넝쿨 같은 세상 어디든 촉수를 뻗치는 친구들은 나무나 바위를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 도배 중이었어.

아직 여름도 아닌데 이 만큼이라면 여름엔 얼마나 무성하게 멋질까?



산봉우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다른 나무들과 모양이 확연히 틀려 눈에 확! 끌리는 앙상한 나무도 보이길래 깨달은 바 하나!

역쉬 라섹 수술하길 자알 했스~



올 때 봤던 산봉우리에 그림 같은 집!

그 실체는 바로 용평스키장 리프트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면 떡!하니 버티고 계신 드래곤 피크 되시것소잉.

그 부근에 발왕산 정상이 있는데 해발 무려 천 사백 오십 여덟-마지막 발음이 거시기 혀요-이라는데 도암 앞에서 봤을 땐 단숨에 오를 수 있을 거 같은건 주변 해발도 어지간히 높단 거겠지.

사람이 살고 있는 별장 같은 곳이라면 거기 사는 사람도 궁금했을 터.

이제 궁금증 해결했으니 가던 길 계속 가볼까?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싶어서 숨겨둔 비장의 용기를 꺼내어 도암이 멋지게 보이는 바위에 올라 사진 몇 장을 건져 봤어.

이 정도면 문명의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와서 기분 전환할 수 있을 만큼 와따! 소리를 내지 않을까?



확대를 해 봐도 한 운치하지?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올랐던 절벽이 바로! 밑에 있는 거시기.



이곳 너머에 도암이 버티고 있는데 절벽인데다 스파이더맨 영화보다 거미줄이 더 많아.

다리가 영하 40도 정도될 만큼 떨리는 걸 감수하고 사진을 찍었으니 전망이 오죽 멋있을까?

평소라면 그런 겁 없는 꼬락서니는 없을 건데 이제 리턴해야 된다는 아쉬움이 내 본능을 삿대질했던 거 같애.

덕분에 내려와서 보니 이 바위 조차 시크하게 보이더라구.



자! 이제 입에 개거품 나오기 전에 얼릉 돌아가야겠지.

그래도 차 안에 있으니 건방진 용기가 생겨 일단 스탑! 그러곤 인증샷!

그러면서 다음 목표를 하나 만들었어.

이 길이 초반 사진에 있던 산꼭대기 풍차(?)와 연결되어 있고 그 풍차를 지나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정선 구절리가 나온다고 하더라구.

그럼 목표가 자연스럽게 설정되었겠지?

그 때를 닭알 품듯이 품으며 일상으로 돌아가 설렘으로 위안 삼아 열시미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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