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 지난 사진들을 보니 멋진 휴일에 어울리는 세찬 바람과 근래 들어 초여름 기승을 역행하는 스원한 날씨는 활동과 더불어 일상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감성을 충동질하기에 모자람 없었으니...
베란다 너머 오산을 향해 바라 보니 탑 같은 게 있다. 뭐다냐?
오산 세교의 오산대역 방면을 향해 줌으로 한껏 잡아 당겼더니 빌라촌 앞에 경부선과 봉담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보인다.
비 예보가 있어서인지 대기는 약간 뿌옇게 보이는데 바람은 시원했단 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 보니 빗방울이 드문드문 떨어지더라.
우산이 필요 없을 정도로 드문드문인데 이미 지나가는 한 쌍의 부자는 철저한 대비를 끝낸 상태다.
아주 작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그 자태가 빼어난 들꽃이 바위에 숨어 웅크리고 있다.
이건 보적사에 올랐을때 봤던, 아주 풍성한 꽃망울을 자랑한다.
이 봄꽃도 아주 작은데 비해 자세히 보면 아름답다.
봄에만 볼 수 있는 이채로운 꽃들은 여름이 되면 금새 그리워질 것이다.
도로 건너 타운하우스촌인데 조용한 휴일 만큼이나 고요한 동네다.
어릴 적에 산에서 항상 주전부리로 먹던 일명 `삐삐'다.
이게 바람에 날려 온건지 아니면 들판에 흙을 퍼 오는 과정에서 뿌리나 씨앗이 딸려 왔는지 알 순 없지만 화단에 종종 목격이 된다.
한아름 따서 맛보고 싶지만 바람 부는 거리에서 이 녀석의 손짓이 워낙 매력적이라 손 댈 수 없더라.
어느 아파트 가장자리에서 4월 6일, 매화를 찍은 적 있었는데 그 꽃들이 이런 결실을 맺었다.
숭고한 자연의 생명력에 이 탐스런 매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왜 이케 즐겁고 미소가 헤벌레 나는지...그렇다고 미친 게 아님.
이걸 지나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 성장과 변화를 보는 이라면 누구든 나처럼 자연의 섭리에 경건함을 느끼지 않을까? 아님 말고...
노작마을에서 반석산으로 오르기 전, 카페촌에 지나던 이들에게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주인의 배려가 돋보인다.
가던 길이 빡빡하지 않으면 잠시 그 카페에 들러 커피향과 더불어 그 여유의 진원지인 카페지기의 미소에도 취했으면 좋으련만.
가던 길을 재촉한 끝에 금새 반석산 정상에 도착해서 보니 빗방울도 제법 잦다.
바람 막이에 달린 모자를 눌러 쓰고 반석산에 와 보니 정자에 비를 피하는 사람과 잠시 한 숨을 돌리는 사람이 심심찮게 있다.
정상에 올라 `야호호호호호...'외치는 대신 정자에 올라 사진을 찍으려 보니 의외로 나무가 우거져 탁 트인 전망은 동남쪽 동탄2신도시 택지 개발 현장과 경부고속도로 뿐이다.
아카시아 향이 그윽한 정상에 까치집도 보인다.
오산천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유별나게 아카시아 향이 강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니 사방이 아카시아 천지다.
탐스럽게 열린 아카시아 꽃들이 입안에서 군침이 돌 정도로 달콤하기까지 하다.
오산천으로 내려와 보니 빗방울이 좀 더 굵어 졌으나 그래도 젖을 만큼은 아니라 그냥 비를 맞으며 틈틈히 사진을 찍었다.
그 선택이 현명했다는 건 밤에 장대비가 내리면서 이튿날 새벽까지 내렸으니 이 정도 비에 움츠렸다면 후회막급이었겠지.
오산천이 야생 식물의 지상 천국인양 봄이 오자 각양각색의 꽃들과 가지들로 넘실댄다.
오산천변 철새들과 오리들이 많이 모이는, 아주 귀여운 도래지라 불러도 좋을 만큼 각종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리들은 아예 달콤한 잠을 청하고 있는데 망원렌즈의 즐거움은 그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제대로 된 사진을 담을 수 있단 거.
빗방울이 점차 굵어 지는 틈을 피해 근래 와서 자주 들리는 로스팅 하우스 `카페 마노'의 야외 탁자에 앉아 향그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살포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자니 한 편의 선율 같다.
게다가 여기 인테리어를 보면 카페 쥔장의 엄청난 정성이 느껴진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허투루하게 배치된 사물이 없다고 느낄 만큼 세세함이 가득하다.
아마도 미술 전공이신지 싶어 여쭤봤더니 그렇단다.
하물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화단도 아기자기할 정도니...
처음 커피를 맛봤을땐 동네 흔하디 흔한 커피맛 브랜드려니 했었는데 2샷 커피의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향과 맛.
종종 들러 담배 한 개피와 커피향을 즐길 예감이 엄습해 온달까?
망원렌즈를 쓰면서 맛들인 사진 중 하나가 표고차가 있는 쭉~ 뻗은 길이나 도로를 당겨 찍는 놀이.
뭔가 거리감을 초월하면서 집중력이 킹왕짱이다.
가장 먼 곳에 보이는 육교까지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도 마치 내 손 안에 들어올 듯 하면서 세상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두 들릴 것 같다.
세종대왕이신데 뭔가를 항상 가르키고 계신다.
놀이터 가장자리에서 뭔가에 열중이신 아이들 모습을 보니 사진으로 담아 두지 않을 수 없다.
동탄중앙로 육교에서 반석산을 바라 보니 좀전 먼 곳에 보이는 육교에서 찍은 사진과 대치된다.
빗방울이 좀 더 굵어지자 길을 다니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버렸고 오직 한 쌍의 연인만이 상의 외투를 벗어 비가 만지지 못하도록 가려준다.
내리는 빗소리는 그들에게 감상적인 재즈 선율과도 같은 것일까?
잠시 후 그들이 떠난 후 그 선율은 강렬한 비바람이 되어 이 길을 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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