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휴일 금호강 나들이

사려울 2014. 7. 10. 00:27

대구에 갈 일이 있어서 휴일을 이용해 두루두루 둘러 보려 했으나...

첫 날부터 일정이 어그러져 충분히 둘러 보질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다음으로 기약하는 수 밖에.



우선 스원한 아이스 아메리까~노 한 사발 때려야겠지?

대구가 특히 덥거나 햇살이 강했던 건 아니었건만 왜 그리 후덥지근하고 끈적한지.

그 갈증을 식히지 않으면 휴일 내도록 축 쳐질 것만 같았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동대구역에 늘 들리던 커피빈은 리모델링 공사로 없어졌고 하는 수 없이 고속버스 터미널 뒷편에 있던 투썸플레이스로 고고씽~

점심 무렵인데 자리가 텅 비어 있두마 어느 순간 이 자리들이 빼곡히 들어차더라.



갈증을 식혔으니 동인동 갈비찜거리로 가서 모처럼 포식했다.

출출하던 찰나에 식욕을 충만할 생각만 오로지일 뿐 꼼꼼하게 맛집을 사진 찍는 다거나 음식을 사진으로 담는 정신이 없어 이렇게 갈비찜거리만 성의 없이 달랑 한 장.

그래도 배 터지게 먹었으니 내 만족은 극에 달한 셈이다.



동촌역으로 가서 자전거를 빌리고자 했으나 너무 늦는 바람에 자전거는 한 대도 남아 있질 않았고 하는 수 없이 도로로 금호강을 산책하며 눈으로 즐거움을 찾는 방법 뿐이었다.

이미 전날부터 일정이 하나씩 미뤄졌던 여파를 어찌하려 해도 방법도 없거니와 좋은게 좋은 거라고 이런 휴일을 누릴 수 있는 게 어딘가 싶어 마음 단단히 먹고 걷기로 했스~

동촌역에 이렇듯 자전거를 위한 지도가 있었으나 이날 만큼은 그림의 떡!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구름다리는 이제 매표소만 쓸쓸히 남아 시간의 파고에 쓸릴 기다림만 남았다.

예전의 위용을 생각하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비단 사람 뿐만은 아닐 터.

시간에 휩쓸리기 전, 하나라도 남겨 놓아야긋제.




새로이 생긴 구름다리는 앞으로 몇 십 년을 시간 앞에서 버틸까 엉뚱한 상상도 해 봤지만 그런건 관심 없다는 듯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 위에 오리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강가의 신록이나 그 답지 않은 코스모스는 그나마 우울한 세월의 흐름을 잊게 해 주었으니 힘 내서 갈 길을 재촉해야겠지?







금호강 주변엔 이렇게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는데다 휴일이라는 시간의 달콤함까지 토핑되어 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의 행복이 재현된다.

그 날 진행하는 방향은 대구의 외곽 쪽인 경산 방면이라 인가보단 녹지가 더 눈에 들어 찬다.



휴일과 가족과 낭만을 한꺼번에 조합한다면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다른 오리와는 다르게 미운 오리 마냥 뚝 떨어져 유영 중인 배 하나를 보고 있자니 한 가족 같다.



강을 건너 비교적 너른 평탄한 공터가 있는데 팔현생태공원이란다.

각종 야생화를 비롯해 이름 모를 잡초(?)와 나무들이 우거진 곳인데 때마침 개망초로 둘러 싸인 작은 길이 있어서 혼자 `나 잡아 봐라~'하는 중--;;;





이렇게 금호강 주위는 넓고 평탄한 평야고 자연 하천으로 최대한 보존되어 있다.

사진에서 먼 곳에 큰 산들은 바로 팔공산이 되시것소잉.

그 날 날이 흐린데다 구름조차 나즈막해서 산에 걸쳐진 형세다.

그러나 후덥지근할 뿐 비는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보기와는 다르게 연신 갈증이 나를 따라 다녔었다.



팔공산 방면에 하늘로 승천 중이신 구름 나그네가 보인다.



고모동 철새 도래지?

여기에 철새가 많이 오니까 이런걸 만들어서 자그마한 창 너머 철새들을 보라는 건데 창을 보니 나무로 덮여 있어 금호강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취지를 갖고 돈 들여서 만들거면 좀 높게 해 놓을 것이지.

이런게 몇 개가 있는데 거미줄과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가 막고 있어서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사진에 찍혀서 주인 손길을 기다리는 55-200렌즈가 주위 색상과 전혀 달라 눈에 화들짝 띄인다.



이런 들 풀 씨앗을 봤는데 민들래 씨앗보다 몇 배는 크다.

이게 무언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린 팔현생태공원에 나른한 풍경이 돋보인다.

다양하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피어 있는 여름 꽃들과 무성한 풀들은 습기 머금은 바람을 마시며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연신 졸고 있는 것만 같다.



다시 왔던 다리를 건너 강촌마을 아파트 단지로.




다리 위에서 동서로 금호강을 바라 보며 세워 둔 물병도 쓰러 뜨릴 만큼 강한 바람을 가슴에 담아도 본다.

원시 하천으로 있던 금호강이 하나둘 모습을 잃어가는 와중에 아직은 남쪽 강가를 원래처럼 버드나무와 각종 수풀, 퇴적물이 만들어 놓은 작은 섬들이 지키고 있다.

이 자연도 언젠가 문명에 등이 떠밀릴 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같이 산책 중인 순둥이 백구.



동촌에 다다를 무렵 강둑에서 인가로 내려가는 이런 자그마한 소로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바람에 고개를 어찌할 바 모르고 연신 흔들어 대는 접시꽃.



구름다리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자취는 그마저도 접근금지라는 명찰을 달고 있다.



원래 출발지였던 지하철 동촌역에 도착했다.

이미 낮 시간은 모두 저물어 날마저 거뭇해지려 한다.



하루 동안, 아니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산책한 나를 위한 투자.

바로 아이스 아메리까~노 뎁따시 큰 사발로 목을 축이고 아직 꺼지지 않은 음악을 들으며 이번 여정의 결말로 치닫는 시간을 잠시 붙잡아 두고 있다.

이번 여정이 예상치 못한 엉뚱한 일들로 지체된 건 실망이 아니라 다음에 대한 강렬한 기약엔 변함이 없다.

아쉬움은 그저 가슴에 묻어 둘 수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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