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의 상처를 자연이 치유한 흔적인 도롱이연못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며 이따금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눈인사로 공간에 대한 공유와 공감을 아우른다.
완전히 정지하지도, 그렇다고 산에서의 매몰찬 바람에 동조하지도 않는 연못은 미세한 파동만이 파르르 떨릴 뿐이었다.
작은 연못에 담긴 파란 하늘은 미세먼지가 걷히고 무심히도 명징하고 청명한 세상만 존재했다.
하트모양의 사랑샘은 찾은 이들의 갈증을 덜어주고, 인간의 흔적으로 말미암아 안도를 준다.
사람들이 떠나고 공백의 묘한 적막 속에 물방울 소리는 우려와 흐르는 시간을 알려주는 따스하고 배려심 깊은 존재다.
도롱이 연못을 벗어나 목적을 추스려 화절령으로 출발한다.
가끔 들리는 인기척과 이내 그 소리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공간, 아롱이 연못은 도롱이 연못과 반대되는 영월 방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되지만 거두절미하고 화절령만 오로지 한다.
화절령으로 가는 길에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겨우살이가 유독 눈에 띄인다.
나무에 새겨진 온화한 계절이 모두 퇴색되고 떨어져도 오직 겨우살이만 남아 있어 그 초록에 눈이 가는 이유다.
크게 굽은 길을 돌면 화절령, 꽃꺼끼재가 나온다.
하루의 여정에 있어 정점이 다가오고, 그 정점을 지나면 뒷모습은 필연이다.
화절령에 도착.
1천m가 넘는 지대라 화절령 옆 1,300m가 넘는 지대도 마치 동네 언덕처럼 밋밋해 보인다.
석탄을 나르고, 혹은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옛길은 이제 사람이 지나고, 야생화와 계절이 펼쳐진 길이 되었다.
운탄고도? 하늘숲길? 하늘길?
이제는 운탄고도1330으로 용어를 통합했나 보다.
종종 바뀌는 명칭에 혼란스러울 수 있어 이제는 정착했으면 좋겠다.
전나무숲 아래 작은 쉼터에서 에너지를 보충한 뒤 젖은 잠깐의 감상, 그 흔한 생각과 사념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되돌아오는 스스로에 대한 답변은 제각각 틀리다.
최소한 이 자리에서,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대한 아무런 잡념과 무분별한 사유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게 무형적인 보상이라면 그 무형의 여러 사유들을 정리하고 간직하는 것 또한 하나의 사유가 될 수 있는데 그 또한 일상에서 쉽게 최면을 걸 수 없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스스로를 다시 추스르고 왔던 궤적을 그대로 밟는다.
여전히 낙엽이 자욱하고, 밀집한 나무들은 앙상하다.
가을의 채색과 겨울의 허전함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단풍이 익기도 전에 퇴색해 버렸다.
백운산과 이어진 능선에 신선이 소풍삼아 가끔 들릴 법한 기암이 보인다.
화절령으로 갈 때 잠시 감상에 빠지고, 반가운 인적을 만났던 전나무숲에 가을이 무르익으며 특유의 성숙한 채색이 깃든다.
사멸이 아닌 부활의 과정을 거치는 작은 세상의 생명과 더 작은 자연들.
출발했던 곳과 많이 가까워져 조금만 힘을 내면 된다.
하늘숲길에 갈림길에서 산언저리길은 만항재로 가는 하늘숲길이며, 산중턱으로 드는 길은 주차된 곳으로 향하는데 이번 하늘숲길의 마지막에 대한 어김없는 아쉬움에, 신명 나게 즐긴 하루 시간이 멀어지는 미련에 길목에 잠시 앉아 위로한다.
길 너머 거의 벼랑과 같은 곳이라 시선은 무척 자유로운데 결국 셀 수 없이 많은 산능선의 미려한 선에 하루 동안의 마지막 감탄사도 아낌없이 뱉어낸다.
하늘숲길과 달리 길가엔 완연한 가을빛이 웅크리고 있다.
이들이 만나 봄꽃과 대비되는 만추의 화려한 성숙도 볼 수 있다.
떠나기 전, 운탄고도를 대신해 마중 나온 다람쥐가 작별 인사를 건넨다.
정선에 오면 꼭 들리는 곤드레밥집은 푸짐한 상차림에 비해 맛은 다른 방향으로 질주한다.
돌솥에 나오는 밥과 제육볶음을 기다리며 밑반찬을 주섬주섬 챙겨 먹는 사이 밥과 제육볶음이 나왔는데 전에 없던 다시다 맛이 온통 식사를 지배하고 있을 줄이야.
바뀌지 않길 바라는 건 내 과욕이라 치부하더라도 너무 많은 변화가 때론 어색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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