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동이 틀 무렵에 볼 수 있는 어스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의 잔해가 남아 낮은 여전히 덥기에 차가운 그리움이 어느새 내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싹을 터트리고 있었나 보다.
한가위 연휴 동안 낮 시간엔 여전히 초여름과 같은 불볕더위 기세가 강하다 보니 함부로 나다니기 부담스러워 그 예봉이 꺾이길 기다렸던만큼 시간적인 여유는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주위를 둘러 보아서 일까?
나즈막한 곳에서 고개를 밀고 있는 꽃들이 눈에 먼저 띄인다.
카메라조차 눈 부신지 샛노랑이 뽀얗다.
기실 처음엔 꽃을 찍을 생각은 아니었고 제수용품을 마련한답시고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자 싶어 이마트로 향하다 보니 갖가지 꽃들이며 그 꽃에서 일광을 즐기는 갖가지 벌레들이 눈에 들어 왔다.
평소에 누릴 수 없는 여유가 긴 연휴로 인해 쉽게 지나쳐 왔던 존재들이 지나치면 아쉬울 존재들로 비춰졌으니 눈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노랑으로 물든 꽃들이지만 그 노랑들조차 같지 않을만큼 꽤 많은 꽃들이 중간중간 손짓을 해댄다.
텅빈 산책로에 하루 종일 인척이 없어서 그런지 까치 한 마리가 나타나 서로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았다.
슬며시 접근해도 멍하니 쳐다 보기만 할 뿐 여느 까치들처럼 잽싸게 도망가지 않았으니 착각이라 할지라도 나 또한 그 까치가 반가운 건 당연하겠지.
텅빈 공원의 벤치에도 사람 대신 까치 한 마리가 적적해하는 산책로의 말동무였다.
근래 해바라기를 많이 못 본 덕에 그 자태가 반갑고 화사하다.
내일이면 한가위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밤하늘을 밝히겠지.
얇은 구름이 달빛을 화사하게 휘감아서 세상 곳곳을 뿌리는 중이다.
달을 따서 하얀 한지 전등갓에 넣어 두고 그 은은한 빛을 조금씩 아꼈다 여름의 찌든 더위가 등에 땀을 흐르게 한다면 그 빛으로 가을을 위안 받고 싶은 한가위 전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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