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통영 가족 여행_셋째 날

사려울 2015. 6. 1. 00:06


셋째 날, 나는 겨울잠을 미리 자느라 찍어둔 사진이 거의 없다.

그나마 이건 이에스콘도를 떠나는 미련을 담아 두고자...

여전히 햇빛이 허벌나게 강하다.



올라 오는 길에 아버지 산소에 들러 겨우 정신 차리고 절 한 번 드리고 잠시 산책 삼아 주위를 둘러 봤다.

남은 숙취로 카메라고 나발이고 세상 모든게 다 귀찮으..

그나마 주머니 속에 아이뽕이 있어서 성묘 끝내고 담소 중이신 가족들을 향해 찍었는데 사람은 워디 갔다냐..



내 쓰라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바라기는 무심하게도 화사하다.

가을 볕을 잔뜩 얼굴에 담아 두곤 지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걸 찍으려는 카메라에게조차 아낌없이 그 화사하고 따사로운 빛깔을 나눠주시는, 그 가을의 대명사 해바라기는 무심히 지나칠 것만 같은 시간들을 잊지 않게 꽂아 둔 책갈피처럼 평생 자식들에게 일방통행식 사랑을 무한히도 베풀어 주신 울 엄니의 칠순 여행을 잊지 않게 해 줄 그 많은 사연들 중 하나의 선명한 영상이 될 것이다.

이 자릴 빌어 울 엄니 평생 고생만 많이 하시어 그 이름만 불러도 가슴 저미고 눈이 촉촉해지는데 당신 아들이 아마도 앞으로 잘 할 거예요.

아마도?

확실히 잘 할 거예요.

그러니 도망가려는 건강을 끝까지 집요하게 붙들고 계시면서 이 아들에게 돌아온 보답의 기회를 덤덤히 받아도 보세요.

울 엄니, 지금 또 생각하니까 눈물 나네...

엄니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테니 제 부탁 하나 꼭 들어 주세요.

그 부탁이란 건 건강하시고 장수하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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