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곳인데 그럼에도 내가 비진도를 단번에 밀어 붙인 이유는 가깝고 특이해 보여서~
욕지도는 넘 멀어, 한산도는 예전에 수학여행인가? 엠티에서 가 봤어.
둘째 날이 연휴의 시작이라 밀려드는 관광객을 예상하곤 일찍 서둘러 비진도 배를 끊어 고고씽!
이에스콘도에서 보이는 거리인데 실제 배를 타 보면 한참 간다.
변산반도에 갔을때 위도처럼 바로 코 앞에 있는 거 같은데도 배를 타고 한참 가는 그 기분.
설레면 조급해진다던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외부로 나와 보니 가을이 한품에 들어 오길래 이리 저리 셔터를 누르는 사이 거짓말처럼 또 금새 도착하니 난 간사해..
벨비아 모드로 찍었더니 역시나 채도가 풍성해 보이네, 암튼 조아~
섬이 많은 동네, 통영 답게 가까운 섬을 가는데도 사방에 섬이 서로 쳐다 본다.
그날 파도는 생각보다 잔잔하니 여행하기 딱 좋은 시절이다.
반 정도 갔을 때 익숙하게 눈에 띄는 풍경, 바로 이에스콘도가 언덕배기에 누워 쉬고 있는 모습.
망원이 이럴때 좋아.
배와 이에스콘도 사이에 떠 있는 작은 섬.
마치 옆으로 누워서 쳐다 보고 있는 거 같어.
비진도에서 가장 키 크신 선유봉의 저 매끈한 자태.
비진도는 마치 두개의 섬을 모래톱이 연결해 준 덕분에 하나의 섬이 된 거 같은 착각이 드는데 엄연히 하나의 섬이다.
그 모래톱 덕분에 여긴 해수욕장 역할을 동시에 하는데 보통 해수욕장하면 한쪽만 바다와 맞닿아 있는데 비해 여긴 동서가 트였으니 좀 특이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통영에서 해수욕장이라니...
우선 배는 북편 인가가 밀집해 있는 내항에 들러 먼저 사람들을 떨군다.
생각보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내리던데 명절을 맞아 먼 섬의 고향에 온 사람들 마냥 발걸음들이 워찌나 경쾌하던지.
그마저 신기한 듯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아 쉽게 접하지 못한 진풍경이 아닐 수 없으이
자, 이제 마지막 종착지 외항으로 출발!!!
푸른 바다에 벌건 등대라...
먼데서 봐도 한 눈에 들어올 벌건 색이여.
몇 사람들이 떠나는 배를 구경하고 떠나는 배에선 남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진풍경이제.
비진도 북편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내항마을을 주위 지형이 보듬어 안은 형상인데 이게 참 포근하고 단아해 보인다.
실제 섬마을 치곤 작은 마을은 아닌데 이 때 마을 사진 찍는 걸 깜빡해서 서둘러 찍느라 광각렌즈로 인해 이렇게 작아져 버렸으니 억울해도 참으셔.
외항으로 가는데 작은 바위섬에 몇 사람이 보이는 걸 보면 처음엔 미스테리였으나 지금은 해결되었어.
작은 고깃배가 시간 맞춰 왔다리 갔다리 한다더구먼.
가는 길인데 이제 완전 내항 마을의 가시권을 벗어 났다.
저 사람들도 인상 깊은 가을 캠핑을 즐기시는 중.
근데 낮에 홀라당 익지 않을까 싶어.
저기 멀리 외항이 보인다.
북편과 남편 사이 모래톱이 저따구로 멋지고 기이한 광경을 연출해 냈다.
북편에 모여 있는 인가들은 외항과 달리 거의 민박이나 펜션일만큼 근래 개발된 흔적이 보인다.
내항에 비해서 마을은 작은데 점점 팽창 진행형임을 단번에 알 수 있기도 하다.
모래톱을 주인공으로 찍어 보니 영락 없이 휴양지의 향기가 난다.
남쪽 편에 있던 외항에 도착해서 북편 숙소 단지를 찍어도 보고.
저 마을 뒷편 산을 넘으면 내항 마을이 있겠다.
항구 어귀에 보면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 낙타 한 마리가 보인다.
어찌보면 쿵푸팬더의 주인공 포의 아버지 같기도 하고...
1편 마지막에 돼지 가족들 앞에서 푸념하며 탁자에 늘어선 모습을 보면 '아!' 그럴거야.
배에 내리자 마자 대부분 사람들이 북편 숙소단지로 향하고 남은 사람들은 서둘러 갈 길을 바삐 가 버리니 어느새 우리 가족들만 덩그러니 남더라.
급작스런 고립감이 들더구만.
모래톱 부분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한 쌍과 백구.
둘레길을 걷는 우리 가족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들은 모두 남겨 놓고 어른들만 갔었구나.
마지막 꼬맹이는 엄마 떨어지면 극도의 공포감에 공항 상태에 빠질까 싶어 데리고 온 예외.
큰누나가 그 날 늦게 오는 바람에 전부 7명이군.
충복도. 여전히 축 늘어져 있는 낙타처럼 보여.
비진도 산호길?
마치 밀림이나 무릉도원과 세속을 연결해 주는 관문 같다.
녹색이 무성한 곳으로의 초대를 이 관문이 연결해 주니 얼릉 들어가 보고픈 주체 못할 충동에 충실해 보자.
요따구로 멋진 나무 터널을 보니 반지의 제왕에서 보던 살아 있는 숲의 나무 세계 같은 느낌도 살짝~
인간 세계의 `파괴와 멸종'을 피해 은신처도 도망쳐 온 여러가지 `것'들이 풍성해 보인다.
잠시 숲이 허술한 곳에서 이렇게 이에스콘도가 산 언저리에 허연 이빨을 드러내 놓고 있다.
이것도 왜 축 늘어져 있는 낙타로 보이지?
왠지 저 위에 섰을 때 풍경이 멋져 보이지 않을까?
가을이 드리우기 시작한 이 섬에도 가공되지 않은 야생초의 보고인 양 멀대 같은 키를 뽐내고 있는데 이들이 자유롭게 살아서 빼곡함이 바닷물 못지 않다.
산길 따라 걷다 보면 이렇게 경사가 아찔하게 바다로 뻗은 길도 보이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방치된 쓰레기들도 보인다.
이거 앵간하면 주인 좀 찾아 가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도 양심을 내팽개친 주민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구나 싶다.
재촉해서 따라간 길엔 이렇게 비진암이라는 자그마한 절이 있다.
땅을 확장하고 터를 넓히기 위해 깡그리 무너트리고 파괴한 곳이 아니라 나무며 풀이 들어선 공간에 작은 터를 빌려서 만들어 놓은 절 같다.
그만큼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에 먼데서 보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여기서도 이에스콘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그만큼 전망이 좋은데 아마 다른 곳에선 녹색에 덮힌 여기가 잘 보이지 않을 거야.
가을의 따사로운 햇살에 어느덧 감도 탐스럽게 익어 가는 중.
여기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은 일상에서 보는 것들과 분명! 다르다.
그 차이가 뭘까?
비진암의 법당.
너무나 적막하고 고요한 곳이라 카메라 셔터음조차 굉음으로 들린다.
그래서 그 번뇌 중인 고요를 방해할까 싶어 사진 몇 장만 얼릉 찍고 카메라를 가방 속으로 잠시 넣어 두었다.
그러면서 나 또한 짧게 머무르는 동안 이색적인 몰입에 심취할 수 있었다.
풍경조차 퍼렇게 끼인 녹과 거미줄조차 같이 어울려 공존공생 중이시다.
바람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라 잠시 졸고 있는 풍경을 찍었는데 이 자체로도 마음이 가라 앉는다.
항구로 나가는 오솔길 풍경들을 보면 일체 가공되지 않은 녹색 투성이다.
한 사람이 지나갈 만큼 좁은 길임에도 그 길을 벗어나 녹색을 망치고 싶지 않은 나름 투철한 정신을 발휘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아낌 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육지에서 문명에 떠밀려 온 자연이 여기를 피신처로 둥지를 틀어 놓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야생의 풀밭과 나무들의 편안한 휴식을 볼 수 있었으니까.
솜털을 가득 머금고 있다 가을이 가기 전 소식의 전령사처럼 이 유전자 정보를 세상 널리 퍼트릴 것이다.
언제 봐도 가을 바다는 멋지구먼.
난 비진암에서 유턴했으나 그 길로 계속가면 선유봉으로 완만하게 산행할 수 있단다.
혼자 였다면 정상을 봤겠지만 딸린 식구가 있어서리...
무릉도원을 출입하는 첫 나무 터널인데 돌아서서 남겨 놓은 아쉬움을 찾아 다시 담아 본다.
비진도 북편 마을이 여기서 보면 한눈에 깔끔히 들어 오더라.
근데 북편 봉우리는 대머리였구먼.
사람과 차이가 있다면 재생이 되고 안 되고 정도?
외항 선착장으로 기어오는 배 한 척.
니가 들어오거나 말거나 여전히 축 처져 있는 낙타.
이게 선유봉이다.
너를 눈 앞에 두고 돌아가는 이 내 마음...
곧게 그러나 평화롭기만 한 모래톱 해변에 이런 쓰레기 같은 잡것들이 많아 거시기하다.
자연한테 몹쓸짓을 하지 말아야 되는데...
그래도 육지와는 다른 평화에 유유자적하는 사람들 모습조차 여유롭다.
황새?
잘 빠진 각선미가 인상적인데 이 친구는 뭔가를 노리는 중이렸다.
얼릉 포식해라~
배를 타고 뭍으로 가는 길에 거제대교가 선명하다.
난 물에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므로 저런 고정된 다리가 좋거든.
출렁이는 배에서 바라본 바다 한 가운데 외로이 서 있는 등대.
이건 전기로 불을 밝히나?
미륵산 케이블카를 보니 엄마 거미가 쳐 놓은 외줄을 오고 가는 갓 태어난 새끼 거미 같다.
둘째 날이 연휴의 시작이라 어마무시한 사람들이 통영으로 온 덕에 케이블카가 잠시도 쉴 틈 없을 거다.
미륵산 무너지지 않나?
그래도 장관을 알고 찾아 오는 사람들은 많구나.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댕기면서 본 것도 많지만 넘쳐나는 인파로 도로 위에서 보낸 시간도 많아 해가 질 무렵 완전 녹초가 되었다.
손하나 까딱하기 귀찮아 계속 카메라는 방치해 놓고 있다 마지막 석양이 지고 나서 땅거미의 화려한 색깔은 놓치기 싫어 또 다시 열불나게 사진을 찍어 주시던 중 평소 전혀 말썽이 없던 티워니가 미쳐 부렀다.
사진이 저장이 안되고 계속 재부팅 되더니 석양을 담은 사진은 홀라당 날아갔네!
하는 수 없이 리셋해 봤더니 좀 버벅대면서 사진은 찍힌다.
병원에 가서 검진 받아봐야 되겠어.
연휴 첫 날을 얼마나 화려하게 준비하려는지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던 중 잠시 조용한 틈을 타 찰깍~
마치 폭풍전야 같다.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노천카페의 허허로운 분위기들을 뒤로 하고 막판 합류한 큰누나 식구들과 더불어 우린 각종 알콜 음료들을 시음하다 보니 난 완죤 붕어가 된 밤이 었고 그 여파로 다음날 귀경길은 기억이 거의 없을 만큼 동면한 개구리 마냥 차에서 웅크리고 잤다.
애시당초 게임이 안되는 매형들한테 배틀 걸었다가 깨갱되는 줄 알았다면 컨디션을 챙겨 마시든 아니면 아예 순둥이처럼 있었을 걸...
그래도 이런 때 한 번 맛이 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시간이 많이 흘러 되짚어 생각해 보면 그 때의 숙취는 생각이 별로 안나니까.
그러고 값진 시간을 투자해서 멋진 곳에서의 여행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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