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로 발목 잡힌 명수형은 못 뵙고 3명이 수안보에서 걸판지게 마시고 호텔에서 골아 떨어졌다.
수안보는 과거 명성에 비해 많이 퇴색 됐지만, 밤이 되자 네온 불빛이 시골 마을 치곤 꽤나 휘황찬란했다.
이튿 날, 난 늦잠을 원했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스럽게 나누던 대화 소리에 부시시 깨어 버렸다.
수안보에 들린 건 지나는 길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신 것 외엔 딱히 기억에 없어 처음으로 하룻밤 숙박을 하게 된 건데 과거에 성행 했던 곳이라 마치 과거 8,9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기분이었고, 그렇다고 낙후 되었다는 느낌보단 정감이란 표현이 더 맞겠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주차장에 나와서 주위를 둘러 보던 중 철장 안에 갖힌 하얀 고양이를 보게 되었고, 괜한 측은함에 다가가자 이 녀석도 내게 다가와 철장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끝에 사진을 보면 마치 고양이의 처량한 신세를 볼 수 있는데 무척이나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나 보다.
용만 형 안내로 월악산 방향으로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잠시 한적한 산책로를 걷는데 폭염의 기세로 잠깐 동안 땀을 무쟈게 흘렸다.
만약 폭염이 아니었다면 좀 더 여유를 갖고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조용한 길을 따라 비록 여름의 텁텁한 공기를 품고 있지만 숲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 은은했고, 길을 따라 걷는 내내 평화로운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용만형 집을 지키는 백구는 흙에 주둥이를 비벼댔는지 특유의 뽀얀 색과 대치 되었지만 이 녀석은 분명 이 집의 식구와도 같은 충견이다.
한 해 전 왔을 때 풀어서 키웠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짖어 대다 용만형 가족들과 어울리자 더 이상 짖지 않고 주위를 서성이며 따라 다녔다.
인물이 좋아 스담스담 할라 치면 살짝 거리를 뒀고 너른 집마당을 돌아 다니다 보면 호기심에 못이겨 다시 꽁무니를 쫓아 다니며 신기한 듯 쳐다 봤다.
분명 손님과 침입자를 구분하는 녀석이었고, 손님에 대한 예의와 친근함의 표식으로 꼬리를 끊임 없이 흔들며 따라 왔었다.
저녁에 와서 점심까지 머무르다 간 충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1년 만에 만나는 반가움과 더불어 2004년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이래 기복 없는 꾸준함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만나던 소중한 인연은 궂은 날씨와는 상반된 늘 거대한 나무처럼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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