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아니 가야만 하는 날.
일요일 볕은 어찌 이리 야속하게도 따가운지.
렌트카를 반납하고 스타벅스에 들러 남은 시간을 달래는 기분이란 뭔가 호쾌하게 끝내지 않은 서운함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울적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는 사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
KTX와 SRT를 이용하려면 광주에 올 때처럼 광주송정역을 이용해야 한다.
유별나게 강한 햇살을 피해 일찌감치 역을 들어서자 매끈한 모습과 달리 아담하지만 이리저리 발걸음이 분주한 역사가 나오고, 잠시 앉아 있다 플랫폼에 들어섰다.
오는 길은 설렘의 흥분에 마비되어 거리감각조차 흐렸었는데, 가는 길의 발목은 모래주머니를 꿰찼냥 무겁기만 하다.
늘 아쉽고, 그래서 늘 다시 기약하게 되는 시간이 여행이 아니겠나.
고속열차는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광주를 떠나 1시간 20여분 남짓한 찰나에 집 가까이 날아와 버렸다.
때론 이렇게 냉혈한처럼 야속하고, 때론 내 속을 훤히 들어다 본 것처럼 날쌔게 가야할 길을 이동하는 열차는 그런 이중적인 매력 때문에 조바심을 억누르지 못한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0170925 (0) | 2018.12.23 |
---|---|
졸음_20170924 (0) | 2018.12.23 |
간직했던 절경, 동복호_20170923 (0) | 2018.12.05 |
광주_20170923 (0) | 2018.09.20 |
광주행 열차_20170922 (0) | 2018.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