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부산을 가도 친구와의 추억이 될만한 징표라곤 그 녀석이 평소 믿고 따르던 형님과 동생 뿐이었는데 형님은 사정상 뵐 수 없었다.
그래도 빈 손으로 가지말란 인연인지 원양 해운을 하던 그 동생이 때마침 육지로 나와 있던 찰나였으니 어찌나 감사하고 반갑던지.
1시간 정도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지고 부산에서 하룻밤을 쉬고 바로 상행선을 타고 대구를 들렀다.
대구에 오면 꼭 연락하라던 지인을 만나기 전, 무료함도 달래고 뒤숭숭하던 머릿속도 비울 겸 낮 시간에 자전거를 빌려 금호강변을 나섰다.
역시나 강바람의 기세는 대단했다.
15킬로 정도 가는 사이 가슴에 바람이 안기어 앞으로 나가는데 힘을 너무 많이 뺀 탓에 얼마 못 가서 자전거를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기진맥진하여 되돌아갈 힘도 용기도 생기지 않아 신천으로 빠져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어 간신히 에너지 보충을 하고 다시 돌아올 사이 해는 뉘엇뉘엇 기울어 버렸고, 또 다시 힘겹게 동촌으로 돌아와 보니 하루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사진이고 나발이고 만사가 귀찮으니 남아 있는거라곤 이 사진이 전부.
동촌으로 돌아와 크게 한숨을 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제야 꼬딱지만한 여유가 느껴져 접시꽃도 찍고.
자전거 타는데 너무 과하게 힘을 써서 이제 쳐다보기 싫어졌고, 그래서 자전거를 냉큼 반납해야겠기에 해맞이다리를 건너던 중 유유자적 낚시광의 뒷모습이 보인다.
일몰이 만들어 놓은 황금빛 스트레치는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보는 동안은 경이롭다.
부쩍 늘어난 나뭇잎들을 넘는 태양.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장난은 시도해 보겠지.
가로등에 얹혀진 태양이 마치 불켜진 초저녁의 가로등 같다.
꽤나 길어진 낮시간이 이제 여름의 서막처럼 느껴진다.
늘 찌뿌리고 힘들어하는 여름이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고 맞이하는 수 밖에.
여름이 있기에 가을이 더욱 반갑고 봄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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