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 공포는 꽤 컸다.
명동 시내가 언제 이런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텅 비어 심지어 이른 아침 시간에 명동을 지날 때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면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늘 듣는 말이 "여기는 청정지역이라 코로나가 올 수 없어요.",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곳은 아직 안전해요."라는 무심한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난 사람들이 밀집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오가는 입장이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긴장을 했고, 결혼식을 비롯하여 장례식처럼 사람들이 웃거나 울거나 떠들어야 되는 폐쇄된 공간은 더더욱 피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경종 속에서 엄친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에 먼길이지만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잠시 앉아 있다 다시 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밀려오는 졸음을 참느라 휴게소에 들러 불편한 차 안에서 온갖 기행적인 자세로 잠을 청해 봤지만 한 없이 뒤척이다 잠을 떨치고 다시 가던 길로 향하던 중 새벽 5시에 문을 연다는 충주 앙성 온천단지에 들러 몸을 녹였다.
무척 이른 시각이라 조용할 거란 예상과 달리 온천 내부는 꽤나 북적였다.
온천이 생각나면 종종 들리던 곳 중 하나가 능암온천인데 가장 최근에 들린 건 10년이 지났다.
이른 새벽에 온천이라... 꽤 어울리는 조합이다.
온천욕을 즐기고 나왔음에도 여전히 칠흑같은 암흑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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