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작은 화원이 품은 카페, 진천 뤁스퀘어_20230923

사려울 2024. 10. 1. 16:58

발음이 좀 어려운데 반해 내부 분위기는 신선한 뤁스퀘어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사우가 추천하여 퇴근 후 함께 찾았다.

앞서 산자락 초입에 걸쳐진 스몰콤마와 달리 여긴 허허벌판에 나지막하게 들어선 카페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첫 대면에선 컨테이너 하우스를 이어 붙여놓은 인상이었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규모의 비교적 너른 실내에 작은 정원이 자리 잡았고, 그 정원에 카페 테이블이 비집고 들어간 모양새였다.

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왔건만 확실히 낮이 부쩍 짧아져 벌써 어둑해지려 했다.

허허벌판에 아주 살짝 솟은 구릉지대 같은 지형에 도로에서 접어들면 잡초가 무성한 공터와 같아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길 따라 들어오면 된다는 작은 입간판을 믿어 보기로 하고 더 진행하자 테슬라 슈퍼차저가 가장 먼저 맞이했다.

대기도 맑고 하늘도 높은 데다 구름도 적당히 끼어 있어 노을을 기대했건만 그걸 보는 건 글렀고, 주변을 서성이자 컨테이너 하우스 몇 개를 이어놓은 첫인상에 내부가 비치는 온실도 있어 수경재배하는 농가 싶기도 했다.

평일인데 주차된 차량이 적은 건 아니었고, 그렇다고 몇 개의 주차장이 이어진 곳에 차량이 많은 것도 아니라 실내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외장이 그레이톤이라 컨테이너 하우스 느낌이 났고, 그에 반해 통유리로 도배된 벽 내부의 실내엔 원목의 따스함이 서려있었다.

그러다 사우를 따라 실내로 들어가자 외부와 완전 다른 분위기로 주차장과 출입구가 2층이었고, 홀이 1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쬐깐한 외형과 달리 내부에 들어오자 정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어찌 보면 내부에 정원을 구겨 넣은 게 아니라 유리 온실 내부의 정원에 카페를 얹어놓은 느낌으로 전자와 후자가 한 끗 차이로 비슷하긴 해도 분명 정원의 느낌이 우세하긴 했다.

또한 정원이 있어서 거기에 맞게 대기는 습기 내음과 함께 식물 특유의 싱그러운 향과 텁텁한 향이 교차했다.

카페 내부엔 친환경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았다.

이런 수경 재배에 대해 무지해서 적절한 단어는 생각나지 않지만 수경 재배의 과정에서 뿌리가 내린 부분에 사는 물고기? 똥이 비료가 되고, 그런 선순환 구조로 인해 농약이나 화학조미료가 필요 없단다.

또한 카페 정원에 생각보다 많은 친환경적인 것들은 사실 장작이나 쓰레기로 치부할만한 잘린 나무나 톱밥, 돌 등이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카페 테이블이 어우러져 있어 묘하게 실외 정원에서 커피나 차를 음미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여긴 바로 옆 홀로 단정한 조명이 사실은 식물에게 필요한 파장이 뿜어져 나온다고.

이런 설명은 소개해준 사우가 가이드처럼 알려줬다.

잠시 단정한 홀에 앉아 있다 다시 원래의 실내 정원이 있는 홀로 넘어와 나무 데크 위의 둥그런 쿠션에 자리를 잡았다.

은은한 나무와 식물, 습기 향과 미묘하게 뒤섞인 퇴비 내음도 포착됐다.

데크 위로 올라와 손님이 거의 없는 카페 내부를 느긋하게 둘러봤다.

식물과 동물(?) 사이에 점선과 같은 경계선이 느껴졌다.

앙증맞은 원형의 쿠션은 궁둥짝만 겨우 걸칠 수 있는 사이즈에 비교적 얇지만 궁둥짝에 폭신함은 느낄 수 있었다.

카페에선 커피와 간단한 이탈리안 푸드 외에도 이렇게 작은 녹색 생명과 가꾸기 위한 간단한 공구와 장갑도 판매했다.

생명을 다한 나무는 장작이 되어 짧은 순간에 오래 쌓아놓은 시간들을 태우는 고정관념 속에서 먼지처럼 흩어졌지만 이제 고목의 친숙한 심장을 달아 장작의 화려한 불꽃 대신 오래도록 은은한 시선과 내음의 생명을 부여받았다.

카페에서 잠깐 수다를 떨었을 뿐인데 시간은 가차 없이 서녘을 넘어 주저했던 땅거미마저 숨어버렸다.

짧은 시간의 찰나가 달콤했던 순간, 맛에 비해 카페의 초록이 꽤나 인상 깊었던 진천의 뤁스퀘어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차분한 마음을 챙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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