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41030

사려울 2024. 11. 15. 01:01

10월 하순이 되어서야 가을색 완연하게 물들어 아름다움의 진가를 드러냈고, 홀린 듯 이끌려 언덕길로 올라 체육공원 방향으로 내려왔다.

산으로 포장된 길을 오르면 꽤 큰 나무들이 줄지어 강한 햇살을 등지고 서 있었다.

제각기 불규칙적인 무늬를 드러낸 나무들, 그 불규칙적인 무늬들로 인해 볼 재미가 더 만발했고, 햇살에 굴절된 빛깔로 더욱 황홀했다.

홀로 핀 꽃이 제철을 잊어 조금 생뚱맞긴 해도 돋보이는 원색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작은 언덕배기 산에 무성히 자란 수풀이 남은 가을로 물들어 녹음과 뒤섞여 거친 야생과 다듬어진 정갈함이 공존했다.

살짝 피부를 적신 땀방울이 배어 나와 적당한 성취감에 응수했다.

역시 가을 내음이 물씬하게 풍겨 걷는 수고보다 허공을 활보하는 욕망이 메아리쳤다.

여름에 무성하던 풀이 꺾여 가을이 그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철새처럼 거대한 무리를 지어 날아왔다 북풍에 휩쓸려 남쪽으로 사라지는 가을은 깊은 여운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질 걸 예고했다.

체육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잠시 가파른 계단길로 이어졌지만 가을 속에서 그 길은 일상을 뒤흔든 즐거움과 쉼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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