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을 부리는 장마 대신 보슬한 비가 나풀거리던 주말, 반석산에 올라 둘레길을 따라 비가 지나간 궤적을 되밟아 본다.
개망초 꽃길을 지나.
매력적인 독버섯.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가까워질 무렵 산딸기 군락지가 있다.
벌써 밤송이가 맺혔다.
벤치로 제2의 생을 보내고 있는 나무.
뭔 사연이 있길래 나무가 이렇게 자랄까?
같은 나무일까, 아니면 다른 두 개의 나무가 함께 자라는 걸까?
하늘을 향해 아득하게 가지가 뻗은 나무.
이 꽃은 뭐지?
엷은 비에도 벌 하나가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을 정도다.
장미 꽃잎에 피어난 보석 결정체.
산딸기 군락지에 아직 남아 있는 산딸기의 볼그스레한 열매가 탐스럽다.
어느 젊은 여성이 수풀 사이에서 뭔가를 조심스레 따먹길래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산딸기를 열심히 줍줍하는 거다.
요즘은 없어서 못 먹는 야생 과일이라 나도 부근에서 줍줍했다.
반석산 둘레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와 노작마을에 다다랐다.
공원 벤치에 이런 버섯이 자란다.
두 번째 버섯은 마치 표고 버섯 같은데?
소중했던 하루 시간을 알리는 장엄한 하늘과 노을이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어느새 내리던 비가 그쳤다.
수줍음으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이내 기겁을 하고 사라지는 초롱한 빗방울은 세상 구경을 위해 모든 생명을 바쳐 세상의 사물 위에 살포시 내려 희미한 빛을 굴절시키며 퍼져가는 빛을 따라 유유히 증발해 버린다.
하루살이가 하루를 위해 평생을 바치듯 이 빗방울도 찰나를 위해 얼마나 힘든 여정과 인내를 감수 했던가.
그렇다면 하루살이의 생명은 하루가 아니며, 빗방울의 생명도 찰나가 아닌 거듭되는 생명의 윤회일 거다.
긴 시간 준비한 세상 나기를 내가 알아 차렸으니 난 그만큼 자연의 숭고한 노래 소리를 달콤하게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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