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일어나자 마자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커피 한 사발 들이킨 후 간소한 차림에 카메라를 담은 슬링백을 메고 대구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날아간 곳.
비가 내린 다음 날이라 대기가 맑은 만큼 햇살이 무척이나 따갑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구민 운동장역에서 전철을 타고, 대봉교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동안 흐르는 땀이 등줄을 간지럽힌다.
자근하게 곡조를 뽑아내는 멋진 음악가가 '서른 즈음에'를 '마흔 즈음에' 감성으로 읊조린다.
문화의 갬성과 먹거리 갬성이 잘 맞아 떨어지는 곳이 바로 대구 김광석 거리다.
김광석을 추모하며, 또한 문화와 낭만을 버무리고, 주변 경관은 덤이다.
남녀노소 없이 문화의 열정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 사람들과 갓 생산된 따끈한 문화를 소비하기 위해 발품도 마다 않는 사람들.
주말이라는 황금 시간의 양념이 더욱 맛깔스럽게 윤기를 발산했다.
서울과 그 일대만 진정한 문화의 정석이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도 이런 문화의 태동을 바라며, 그 현장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차라리 난무하는 세상이 오기를...
꼬마 열차가 들어섰지만 굳이 그걸 타지 않고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서서히 미끄러져 가는 열차의 뒷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의 공중을 가르는 기분이 든다.
김광석 거리를 빠져 나와 다시 3호선을 타고 반월당으로 왔다.
때마침 야금야금 모아둔 현대백화점 상품권이 있어 제법 비싼 점심을 먹는다고 했던게 풍국면에 들어가 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이유는 단 하나, 대구를 두루두루 조망할 수 있는데다 국수란 게 매일 먹어도 사실 질리지 않고, 포만감으로 사람을 무겁게 만들지 않아서다.
막상 국수를 먹겠다고 전망이 좋은 창가에 앉아 국수와 만두를 시켰는데 배가 부르지 않음에도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다.
대구가 대부분 물가가 낮다고 생각했던게 너무 편견으로 가둬 서울이라면 이 정도 가격이 생소하지 않지만 대구라 비싸게 느낄 법도 하다.
어차피 상품권으로 애플 판매점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입 하며, 탕진(?)하지 않으면 딱히 쓸 곳이 많지 않아 조금 사치를 부쳤는데 이 먼 곳까지 와서 쇼핑이람?
라온제나 호텔에 도착할 무렵은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저녁이었고, 먹는 음식 만큼은 꽤나 호사를 누렸다.
시간에 떠밀려 잊혀지는 것과 익숙해지는 것.
대구의 부촌이라 불리는 동네에 아주 오래된 유물 같은 집과 그 너머 새로이 바턴을 이어 받아 수십 년 지켜온 동네 터줏 대감을 고립이라도 시키듯 고층 빌딩이 들어 선다.
수 십년 시간의 때가 묻어 이제는 더 이상 원색에 대해 거부를 하는 과거 양옥집은 지친 표정이 역력하고, 막 지어지는 현대를 대표하는 가옥은 자신만만한 기세로 하늘을 지향한다.
지난 것들과 다가올 것들의 묘한 공존이 아닌 교차.
지하철 대신 들어선 모노레일은 서울 지하철에 비한다면 아주 왜소하지만 아주 특이하고 재밌다.
도심을 가르는 한 마리 매 마냥 하늘을 비상하는 기분에 찰진 재미를 만끽했다.
PS1 - 사실 사진은 시간을 무시하고 뒤죽박죽 올렸는데 중요한 건 김광석 거리 탐방임에도 사진을 거의 찍지 않은 채 구경하고, 음악 듣기에 너무 몰두했다.
마지막 오래된 가옥은 아침 시간에 카페에 들렀다 뒷쪽 창 너머 전경이고, 전철을 타고 가는 건 김광석 거리로 가는 길로 시간을 무시하고 올려 버렸다.
PS2 - 부득이 사진에 표현되신 분들은 개인 글 주시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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