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른 아침, 동녘하늘에 시선이 빼앗겼다.
새벽 노을이 모두가 잠든 사이 하늘을 캔버스 삼아 섬세한 붓으로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걸 보고 지나치기 힘들어 육교에 올라 잠시 멍 때렸다.
거대한 도화지 하늘에 이글대는 태양을 채색시킨 구름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마치 익숙한 손놀림으로 휘갈긴 뒤 세상이 잠에 깰새라 황급히 자취를 감추고 서두르느라 그림을 방치해 버렸다.
아주 잠시지만 여운이 남는 아침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을 같은 초여름 날씨라 마치 너른 대해가 뒤집혀 머리 위에 쏟아진 듯 청명하고 깊다.
장마의 빗줄기가 대기 먼지를 씻어낸 뒤 하늘의 청량감이 극에 달한 휴일 낮은 여름 답지 않게 바람의 냉기가 묻어 났고, 더위를 잊은 채 제법 많이 걷고 나서야 등골에 땀이 송골하게 맺혀 덩달아 피로감은 살짝 느껴졌지만 땀이 흔들어 깨우지 않았다면 마냥 걸을 수 있는 기세였다.
근래 들어 이런 날이 종종 있었던 만큼 한 동안 하늘을 올려다 볼 겨를 없이 살았기에 이 날도 하늘에게 주인공을 맡겨도 손색 없는 흔치 않은 날이었다.
나무 터널이 멋진 오산천 산책로는 도심과 비교적 떨어져 있는 길임에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은 편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노작호수공원 부근에 당도
대기가 청명한 만큼 햇살이 강렬하다.
도라지의 보랏빛 향기.
새들의 보금자리에 새들은 없고 낚시꾼들이 간혹 눈에 띄인다.
하늘에 각양각색의 솜털처럼 뿌려진 구름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부터 마을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반송교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지만 재탄생을 기다리며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북쪽 끝에서 돌아 다시 남쪽을 향해 걷다 보면 길이 끝날 무렵 교회와 저류지 공원이 나온다.
교회 너머 서산으로 휴일 하루 해가 넘어가는데 유독 구름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저류지 공원에서 산책으로 밀린 피로와 땀을 씻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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