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이른 아침에 일어난 건 아니지만 새벽 공기 내음이 남아 있어 물가에 다슬기를 잡으며 잠시 음악과 함께 앉아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낸다.
의자를 하나 두고 앉아 있자니 금새 다리가 시려 오지만, 버텨 내면 어느 정도 참을만 하다.
다슬기를 잡을 요량으로 여울에 발을 담근 건데 햇살이 강한 편이라 래쉬가드를 입고 자리를 잡았다.
보란 듯이 발치에 앉아 화려한 자태를 펼쳐 보여주는 호랑나비 한 마리가 주변에 날아다니며 시선을 끈다.
가까이 다가가면 살짝 날아 올랐다 다시 주위를 맴도는 걸 보면 두려움이 별로 없나 보다.
다른 가족의 집에서 키우던 분재가 시들하여 여기 가져다 놓았는데 그냥 두기 애매해서 행여나 하는 미련에 땅을 파서 심어 보았다.
다시 생명을 틔우면 좋으련만.
언제부턴가 말벌의 출현이 잦아 주위를 서성이다 결국 다른 가족들이 몇 방 쏘였다.
때 마침 뒷창문을 열고 무심코 둘러 보다 말벌집 2개를 발견, 성인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지만 어떤 위협이 될지 몰라 119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보호 장구도 착용하지 않고 모두 제거해 버리신다.
보는 것도 겁에 잔뜩 질려 후덜덜 거리는데 빈 손으로, 오로지 대롱 달린 살충제를 한 손에 들고 벌집에 촉촉하게 뿌린 뒤, 냉큼 벌집을 발로 쳐서 땅에 떨어뜨린 후 발로 납작하게 밟아 유충까지 죽인단다.
희안하게 사납던 말벌이 무방비 상태 소방관을 공격하지 않는다니... 아직도 불가사의다.
여울에 들여다 보면 물고기가 상당히 많은데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이 녀석들은 어디선가 몰려와 피부를 툭툭 건든다.
각질을 떼어 먹는 건지 아님 주둥이 공격을 퍼붓는 건지 모르지만 신경을 집중 시키고 있으면 미세하게 나마 그 느낌이 전달된다.
일 년 내내 수량이 거의 일정하고 한파에도 물이 얼지 않아 터줏대감처럼 여러 어종이 이 여울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든든하다.
여간 큰 비나 가뭄이 아니고선 늘 비슷한 수량이 흐른다.
깊은 계곡은 작은 일기에 애닳아 하지 않는다.
음악을 듣다 괜한 호기심에 스피커 2개를 물에 띄우니 소리가 균일하게 들리지 않고, 수면에 미세한 파장들이 퍼져 나간다.
물론 방수에 일가견이 있고, 출력 또한 아주 짱짱한 녀석들이라 별 일은 없지만 물에 애매하게 떠서 소리가 묻혔다 들렸다 한다.
올해 새로 나온 후속 신제품은 물에 떠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데 맨날 물에 넣고 들을 수 있나.
5년 가까이 쓰면서 아직도 최애 아이템이자 여전히 발군의 성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집에서 키우던 소나무를 여기 마당 한 켠에 심어 두었더니 금새 이렇게 곁가지를 드리우고 키가 훌쩍 자란다.
역시 집에서 야생에서 깊은 산속 기운을 먹는게 이 녀석에겐 가장 좋은 삶의 의식주였다.
누구보다 정성껏 관심을 갖고 키우신 오마니께서 애정으로 늘 지켜 보는데 그런 사랑을 알고 있는지 올 때마다 눈에 띄게 자란다.
2016년에 처음 싹을 틔우고 2년 동안은 새싹 수준이었는데 작년 여기로 둥지를 튼 후부터 부쩍 자란데다 이파리도 무성해 졌다.
겉으로 표현은 잘 안하시지만 흐뭇해하시는 오마니의 미소를 보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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