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오르지 못한 진천 잣고개 산림욕장_20241001

사려울 2024. 10. 15. 19:05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을 떠나 21번 국도로 진입하여 진천읍 방향으로 달리는 길에 문득 잣고개를 넘어서자 산림욕장 팻말이 보여 길가 여유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 뒤 산림욕장으로 향했다.

한창 공사 중인건지 어디선가 중장비 건설 기계의 묵직한 소음이 들렸는데 공원길치고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수록 중장비 기계가 내는 소음이 점점 또렷하게 들렸고, 예측이 들어 맞았다.

석재 타일이 깔린 길엔 내린 비로 인해 군데군데 진흙이 타일 위를 덮고 있어 걷는 길이 미끄러웠는데 위로 조금 오르자 공사장 기계 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내려갈 때는 오를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걸음을 디뎠다.

잣나무숲 산림욕장이라 그런지 비가 내려 소강 상태인데도 특유의 잣나무숲 향기가 그윽해서 공사가 끝난 뒤 다시 한 번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내려가는 길에 문득 발치 꼬물이가 보여 쪼그려앉아 자세히 살펴보자 네이비톤에 보이는 방향에 따라 홀로그램처럼 녹색으로 변조되는 풍뎅이가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녀석은 근래 봤던 풍뎅이치곤 덩치가 큰 편이었는데 그 많던 녀석들이 이제는 그리 흔하지 않아 반가운 시선만 남겨두고 자리를 떠나 광혜원으로 향했다.

광혜원 로타리 부근에 차량을 주차하고 맞은편 길 건너 골목을 걷던 중 우체국 옆에 멋진 느티나무를 발견해서 넋 놓고 바라봤다.

수령 337년이 된 나무로 마을사람들의 파수꾼이자 지키미 역할을 했을 터, 굵은 줄기엔 곧은 것 하나 없음에도 멋진 자태는 전혀 잃지 않았고, 하늘로 뻗은 가지에 달린 푸른 이파리는 동그랗게 질서정연하며 굳센 기운 또한 품고 있었다.

무거운 책임에 따른 고뇌와 포용을 그대로 간직한 나무의 자태에 그저 감탄만으로 응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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