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극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친정엄마'를 보게 된 건 내 생일 바로 전날 저녁이었다.
한여름의 트레킹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나 포함, 일행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야 모처럼 연극에 심취해 보자 싶어 대학로에 집결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연극을 보자는 의도는 아니었고 마땅히 볼거리를 찾던 중 한 명이 뚝 던지면 냅다 물어버리는 낚시터의 물괴기 같다고나 할까?
엄청난 땀에 찌들어 콩나물 시루 같은 극장에 들어갈 배짱이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객석이 빼곡히 들어차지 않아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어 가장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체취로 인한 피해를 줄이자 했던 의도가 맞아 떨어졌다.
이런저런 신중한 배려와 연극의 목마름으로 인해 인증샷은 전혀 안 찍어둔게 이번 연극 관람의 가장 큰 후회랄까?
박혜숙 버전과 조양자 버전 중 찾아간 그 날은 후자 쪽인데 어차피 연극계에서의 통밥으로 어느 누굴 비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는데 그런 예상 또한 정확하게 적중, 막판에 친정엄마가 그녀의 엄마를 그리워 하는 부분에선 잘 참아왔던 눈물샘의 보따리가 와락 풀어져 버렸다.
세상 모든 엄마들 또한 엄마의 품이 그립고 그 앞에선 연약한 자식일 수 밖에 없는데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바래왔던 자식의 이기심은 왜 이리 대물림 되어 오는 것인가!
연극 무대의 불이 꺼지고 배우들이 마지막 인사를 할때도 친정엄마의 눈물을 그칠 줄 모를 만큼 배우의 연기에 대한 몰입감과 비례해 관객들 조차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는 진풍경은 응당 출구를 벗어나 다른 관객들과 마주칠 때 잔뜩 고인 눈물이 부끄러워서 만은 아닐 터.
지금 이 시점에 아쉬운 건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한 번씩 토로하는 울 엄니와 다른 가족들과 같이 관람할 기회를 잡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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