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들이 귀띔해 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는 잊고 지내던 LP 레코드판의 기억을 되살림과 동시에 짧지만 모처럼 음악에 심취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퇴근과 동시에 간단한 저녁을 처묵하시고 바로 날아간 이태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저기구나! 싶을 그런 멋진 꼬락서니 좀 보소!!!
온실처럼 완죤 통유리 건물의 매끈한 자태로 내부는 규모에 비해 협소하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듯 아기자기하면서 편안하게 안방에서 음악에 심취할 수 있는 삘이 난다.
그런 분위기와는 달리 출입은 비교적 엄격하고 생소한 편인데 현대카드 소지자를 포함, 3명까지 가능하다고 하여 징그럽게 귀여운 울 조카 2명을 데리고 뮤직라이프의 호기심을 충족하러 갔다.
내부 출입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올 법한 삼엄한 행동 강령에 따라 뮤직라이브러리로 진입했고 막상 그 내부에선 거짓말처럼 비교적 자유롭고, 다만 LP 특성상 흠집에 약한 고로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되기 때문에 직원분들의 도움을 적재적소에서 받을 수 있다 못해 사람들 표정까지 다 읽는 듯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징그럽게 귀여운(?) 울 조카 두 명은 각각 김광석과 조권을, 나는 프린스의 퍼플레인을 선택.
당췌 월매나 따스한 소리를 낼까 궁금해 미치고 점프하는 경거망동을 간신히 눌러 참고 각 1인 테이블 당 하나씩 올려져 있는 턴테이블과 헤드폰을 품위 있게 작동시켜 봤다.
아, 이것도 직원 한 분이 `너, 지금 기계 앞에 떨고 있니?'하는 전문가 수준의 심리 파악을 끝낸 숙련자처럼 알아 먹기 쉽게 가르쳐 줬기 때문에 예전 어렴풋한 작동법을 후딱 끌어 낼 수 있었다.
요따구로 LP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설레는 부푼 마음이 엄청난 몰입감으로 승화하야 미세하게 뚱기는 잡음조차 다 빨아먹을 기세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모든 육감을 다 맡겼다.
우선 뒷면 첫 곡으로 당시 엄청난 히트를 하며 유명세를 탄 When doves cry를 재생~
역시나 CD에서 들을 수 없었던 따스한 느낌과 뭔가 뭉특하지만 레코딩 당시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원시적인 타악기의 딱딱한 타격감이 그대로 전달이 되면서 그 느낌이 시종일관 반복되며 나도 모르게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처럼 다리를 까딱거린다.
아이폰 뿐이지만 그래도 접사촬영을 하지 않으면 잠깐 주어진 시간 중 안타까운 기회를 날릴 것만 같다.
뒷면 첫곡이 끝나고 I would die 4 U, Baby I'm a star를 거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purplr rain 차례가 돌아왔음에도 긴장의 끈을 전혀 놓지 않고 있었음에 여타 다른 사진을 담아둘 겨를 없었던 건 자명한 일.
프린스의 거친듯 하면서도 탱탱한 기타 소리가 내 의지대로 하나하나 분리되어 들렸다가 전체를 듣고자 하면 한꺼번에 모든 소리가 뒤섞여 몰아 닦치기까지 한다.
보컬이 끝나고 한동안 그칠 줄 모르는 신디사이저의 단순하지만 듣기 좋으면서 신선함이 여전한 반복적인 리듬까지도 모두 놓칠 수 없는 벱이지.
글쎄, 만약 CD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라면 그 특유의 잡음 외에 내가 어떻게 구분해낼 능력이 있을까?
그렇더라도 전혀 지칠 줄 모르며 배경을 쉼 없이 뒤따르는 잡음과 뒤섞인 그 감각적인 소리가 이 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드는 묘한 온기가 전달된다.
참 묘하지?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나와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또 다른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 스트라디움.
여긴 유료인데 대부분 아이리버의 고음질 플레이어인 아스텔앤컨이 놓여져 있고 그걸로 음악에 심취하는 공간에 가깝다.
물론 아주 아담한 라이브 콘서트 홀도 있어 갔던 날은 오르골 연주가 한창이었는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건 아주 다정한 데이트가 되었건 이런 음악 충만한 공간에서의 경험은 나로썬 아주 따봉이다.
늘 같은 생활의 사이클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 뒤의 무료함에 무기력해질 기미가 보인다면 이런 작은 악센트는 기가 막힌 시간의 활용과도 같지 않을까?
9시까지 운영하는 뮤직 라이브러리와 스트라디움은 좀 아쉽긴 해도 한편의 멋진 영화를 본 마냥 흐뭇함을 챙겨 나와 징그럽게 귀여운(?) 조카들과 마시는 이 추운 날의 맥주 한 잔. ㅎㄷㄷ
기회와 정보를 제공해 준 조카에게 감사의 하트 한 번 날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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