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깊은 잠에서 깨다

사려울 2016. 11. 25. 09:01

겨울이 되면 깊은 잠에 빠지는 동물들은 들어 봤다만 이 겨울이 오는 길목에 잠에서 깨다니!

4월 이후 내 블로그가 잠자기 시작했고 이제서야 내 관심의 알람으로 잠을 깼다.

처음 블로그에 손대기 시작할 무렵 내겐 너무도 생소한 맥(Mac)을 만나 일상의 넋두리를 주저리주저리 올리던게 만만해지기도 했고 더불어 찰진 재미도 누렸건만 포토라이프가 시들해짐과 거의 맞물려 근 4년 동안 블로그를 연결시켜 주던 맥북에어를 팔면서 하루 아침에 내 블로그는 찬밥도 이런 물기 없는 찬밥 신세가 될 줄 누가 알았겠소잉.

그 동안 여행도 거의 안 다녔던 만큼 가뜩이나 시들해진 사진에 대한 열정도 강 건너,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했었는데 가을이랍시고 강산이 감성의 옷으로 갈아 입는 걸 보곤 내 가냘픈 가슴 이리 심쿵할 줄이야.

물론 거창한 여행은 없었다만 어디 멀고 멋지고 유명한 곳을 찾아 다녀야만 흡족한 성취감을 느끼는건 아니다.

하다 못해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이렇게 마음에 드는데가 있었나!' 싶을 정도니까 굳이 거창한 멍석 깔아봐야 열정이란 녀석은 더 조루일 수 밖에 없다.

내 견고했던 귀차니즘의 성벽이 이렇게 균열이 생길 무렵 그 틈을 비집고 나오는 욕구가 한겨울 도로의 결빙처럼 더더욱 틈을 벌려 드디어 블로그에 관심이라는 싹을 틔우면서 넌지시 맥북을 살펴보던 찰나 한 눈에 집착의 불꽃을 퍼트린 장본인이 있었으니! 바로 요 맥북이다.

에어도 프로도 아닌 그냥 맥북, 그 중에서도 매혹적인 로즈골드.



마감에 있어선 아마도 애플은 여타 다른 업체들에 비해 분명 한 수 위다.

통 알루미늄 합금에다 이렇게 스피커 그릴을 정교하게 뚫어 놓는 품새가 단순하게 일목요연함을 넘어 금속성 질감까지 희생시키지 않았다.

큰 구멍으로 듬성듬성 뚫어 놓아도 되건만 결국 귀찮음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모습에 박수 한 번!



애플의 전매 특허와도 같았던 발광 옆차기하는 로고를 이번엔 포기하고 색감이 유난히 깊은 유광 로고로 대체해 놓았다.

보통은 유광의 빛깔을 살리려 할텐데 난 장난기가 발동하여 내 지문 척!

그렇다고 터치 센서가 있는건 아니다.

여전히 이 로고에 많은 사람들이 넉다운되며 뭔가에 홀린 듯 지갑을 과감히 열어 젖히고 있다지?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될 뻔 했다지?



여러가지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 중에서 외형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여전히 정교한 스피커 그릴인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에 조차 타협하지 않겠다는 만듬새의 아집과 더불어 여타 다른 제조사들에게 '이제 이렇게 해 보시지'라고 거침 없이 항변하며 '내가 누규? 바로 맥북!'이라고 외치듯 단아한 로고가 떡!하니 자리 잡고 계시다.



키보드는 사실 좀 더 적응이 필요할 거 같은데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건 꼴랑! 하나 뿐 인 포트, 그것도 가까운 미래가 어떻든 당장 비현실적인 타입C.

버바팀 USB 허브를 같은 컬러로 깔맞춤하면서 더 이상 장비에 대한 투자는 마침표를 찍고 제대로 활용할 일만 남았다.

그 활용이란게 바로 한동안 방치했던 이 블로그를 청소하고 다시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게 하는 것.

여전히 리뷰란 건 귀찮고 다른 많은 분들이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 놓았으니 어설픈 분석력과 문장으로 할 순 없고 이 녀석을 처음 만질 때의 내 감회만 충실히 기록해 놓았다.

지금 찾아온 겨울과 상반되게 내 귀찮음으로 빼앗긴 블로그에 봄이 와서 룰루랄라 열심히 즐겨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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