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론에 도착한건 자정이 가까워진 꽤 늦은 시간이었다.
가뜩이나 일찍 찾아오는 시골 밤에 더해 부론 외곽에 있는 한강변은 말끔한 산책로의 모습과 달리 평소에도 인적이 드문데 이 늦은 시각이면 사람은 고사하고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도 반가울 지경이다.
흥원창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펼쳐 카메라를 작동 시켰지만 무엇보다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오래 전부터 힐링하는 나만의 은밀한 몰취향인데 오랜만에 온 반가움이 배가 되어 겨울 추위조차 느낄 수 없었다.
3개의 강이 이 부근에서 만나는데다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이란 의미만으로도, 또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한적하면서도 시야가 탁 트인 전망을 생각하면 이 자리를 동경하는 건 이제 습성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여주를 찾은 건 또 다른 작당이 있긴 해도 그만큼 이 일대가 편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덕분에 같은 역치라도 여긴 조그만 일이라도 의미 부여는 남다르다.
추억을 상기시키는 김에 부론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작당한 계획을 실천에 즉각 옮기기로 하고, 방에 들어서자 충만한 기대감에 도치되는 사이 자정이 되어 버려 무심코 창을 열자 인적이라곤 전혀 없는 부론 초입의 적막한 교차로가 눈에 들어찼다.
작당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굽히지 않고 똑 부러지게 해야 되는 만큼 얼른 자고 일어나 이튿날 목적지로 직진해야지.
이 한밤 사위가 적막한 이 분위기가 달콤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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