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평온의 호수_20200111

사려울 2021. 7. 4. 17:12

망해사를 벗어날 무렵 해는 벌써 서쪽으로 제법 기울었다.
그만큼 망해사에서 오래 머물렀다는 건가?
익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망해사로 오면서 큰 호수를 눈여겨 봤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리겠노라 점 찍어 놨는데 그러길 잘 했다.
위성지도로 본 호수의 모양도 특이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여길 리조트 단지로 조성하려 했는지 출입이 금지된 유람선형 숙소와 카페가 있다.

호수 위로 뻗어 나온 가지에 까마귀가 빼곡히 쉬고 있는 모습들이 쉽게 포착되는데 언젠가 김제에서 만난 거대 까마귀떼가 이렇게 흩어져 쉬고 있다는 거다.
뜨거운 석양과 어울려 온통 출렁이는 금빛 세상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그 길목에 나무처럼 멈춰진 장면 또한 장관일 수 밖에 없다.

호수가엔 말끔한 주차장이 많고 특히나 호수 서북편 근린공원에서는 호수 위 작은 섬에 조성된 김제지평선 마린리조트로 진입하는 관문이 있어 허술한 출입금지 팻말을 지나 섬으로 들어가자 꽤나 공들여 만들었지만 이제는 굳게 닫히고, 낡아버린 리조트의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나무 다리가 유일한 통로인데 다리 양쪽은 규모가 있는 연밭이고 섬을 지나면 리조트로 진입할 수 있지만 거기는 출입이 차단되어 있어 굳이 무리할 필요 없이 섬 위 팔각정에서 잠시 앉아 고요한 주변을 둘러 봤다.
어느 순간부터 인적이 끊겼는지 모르지만 한 때 멋진 리조트를 바라고 말끔하게 조성해 놓은 조경을 보면 조금은 씁쓸하다.

석양이 서산마루에 닿을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익산으로 향하며 짧게만 느껴진 하루를 마무리한다.
석양을 등지고 동쪽으로 날아가는 한무리 새떼는 어디로 바삐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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