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청정의 봄을 찾아_20190516

사려울 2019. 9. 1. 23:00

많은 봄의 물결이 출렁이던 하루, 산 속에 숨어 수줍은 듯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화려한 빛과 향긋한 내음을 서로 나누는 봄을 마주한다.

오감을 매혹적으로 반긴 장본인들은 문명의 세계와 조금 거리를 두고 관심과 상관 없이 숙명적으로 계절을 보낸다.

이름도 모를 수 많은 봄들은 오로지 다른 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며 그렇다고 이기심은 전혀 없이 공존공생한다.



봄꽃 치고 매혹적이지 않은 게 무어냐 마는 녹색 바다 위에 유독 이 녀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품을 뿜어 보호막으로 삼는 벌레는 평창 두타산에서 이 녀석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




좁쌀 만한 하얀 작은 꽃들이 모여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 녀석은 산미나리라 불리며 미나리 대용으로 캐먹던 산나물이란다.

미나리가 산에서 피면 어떤 향과 맛일까?

입안에서 퍼지는 향은 영락 없는 미나리지만 끝 맛은 미나리와 약초가 사이 좋게 어울렸다.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충분히 이쁜 노랭이다.




돌아온 다슬기 시즌.

아직은 그리 크지 않아 작은 것들은 두고 그나마 큰 것들만 잡다 보니 한 주먹 정도 뿐이다.

올 봄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물이끼가 좀 끼어 있는데 그래서 이 녀석들의 먹이는 충분하다.




이끼로 인해 생명이 더욱 풍성해진 이 계곡은 한 겨울에도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위성지도를 보면 빼곡한 숲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이 자연은 나무를 비롯하여 함께 공존할 때 가장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아주 작은 계곡이지만 문명의 발길이 닿지 않아 이끼가 바위며 나무들을 덮어 보호하고 있는 만큼 늘 접하던 도시의 야경과는 사뭇 다른 낭만이 숨쉬고 있기도 하다.

여간해서 폭우가 내리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가뭄과 우기에도 여울에 흐르는 물의 수량은 큰 차이가 없는 걸 보면 이 계곡이 무척이나 길고 깊은가 보다.



내 발등에 앉아서 잠시 쉬다 자리를 옮겨 일광 중인 나비는 한 동안 주위를 멤돌며 적적한 오지 생활에 반가움을 표하는 거 같다.

줄곧 졸졸 따라 다니다 결국 마당과 여울을 연결하는 계단까지 쫓아와 사진을 찍노라고 허리를 굽혀 셔터를 눌러도 날개짓만 하고 도망가지 않는다.

나비는 문명이 신기한지 호기심을 표하고, 나는 문명 속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 신기해 호기심을 표하며, 문명의 도구로 여러 사진을 찍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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