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연휴 마지막 날

사려울 2013. 9. 23. 00:28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뭔가 특별하고 의미 있게 보내야지 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건만, 개뿔.

다른 일상과 별 다를 바 없었다.

어찌 보면 연휴가 시작하기 전과 시작 직후엔 설레임으로 하루하루가 짜릿하고 스릴도 있었지만 절반이 넘어갈 수록 끝나서 또 다시 일상에 접어들 근심(?)으로 소심해져 버린 건 아닌가 모르겠다.

늘상 맞이하는 주말, 휴일이 그랬으니 연휴가 길더라도 그런 기분은 매 한가지겠지.

치열하고 분주한 일상이 있기에 그런 감정은 끊임 없이 반복될 것이고...



센트럴파크와 인접해 있는 중심 상가 지구 내 샤브향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모처럼 월남쌈을 먹었다.

저렴한 건 좋지만 종업원들의 표정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 같다.

인상 좀 펴고 살지...

식사 후엔 바로 센트럴파크 커피빈에서 한 사발 땡기고.



센트럴파크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다.

오후5시에 분수쇼가 있다던데 벌써부터 기다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 휴일의 아쉬움을 달래는 연인들을 보면 살아가는 내용들은 고만고만한 가보다.



반석산과 가까운 곳일수록 인적이 눈에 띄게 드물다.

덕분에 앉아서 쉬기엔 안성맞춤.

반석산에 갔다 내려와서 잠시 숨을 돌리는 중년 부부의 뒷모습에서 여유로움이 흥건하다.



인근이 고층빌딩 군락지(?)라 이런 높은 건물 사이로 거대한 공원길이 지나간다.



나를 몰래 뒤따라 온 조카녀석은 스토커처럼 숨어서 몰래 찍다가 딱 걸렸다.



이내 요로코롬 숨어서 또 나를 찍어 대는 스토커.



공원의 끝엔 이렇게 반석산과 주택공사 신도시 홍보관이 멋진 자리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으시다.



반석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조카들 데리고 산책 오면 자주 들르는 곳인데 여기를 지나도 계단이 쭉 이어진다.

계단에선 의례히 가위바위보를 하며 그 녀석들끼리 재밌게 올라가는 곳이라 내게도 재미 있는 시간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계단 옆엔 이렇게 테라스 같은 게 있어서 오며 가며 잠시 쉴 수도 있고, 쉬면서 센트럴파크를 멀찍히 감상할 수도 있다.

여름에 모기만 아니라면 여기에 포터블 스피커 놔두고 한 시간 정도 음악에 취하기 좋은, 나름 운치 작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살인 진드기 예방차원에서 산 초입엔 피톤치드 스프레이가 비치된 곳이 있었는데 그 안내 간판 위에 이렇게 거미가 마중 나와 있다.

이렇게 보면 역쉬나 징글징글한데 그래도 어릴 적부터 거미는 친숙하게 여기는 터라 독사진 한 방 찍어 주는 센스.



반석산을 오르는 분들.

산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할 정도로 수월하기 때문에 산책한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 하다.

다만 여기 루트는 계단이 좀 많아서 연세 드신 분들은 그리 좋은 코스가 아니지만 계단을 오르면서 뒤돌아 보면 신도시 조망이 훌륭하다.




요렇게 반석산 초입엔 양쪽으로 테라스가 있는데 여기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잠시 쉬다 보면 기분이 맑아지고 가벼워 진다.



테라스에서 센트럴파크 방면으로 바라 보면 이렇다.

자연과 문명이 바로 인접해 있다는 특이한 기분을 맛 볼 수 있다.



다시 센트럴파크로 발걸음을 돌리며 하늘로 치솟은 메타폴리스를 찍었다.

메타폴리스를 찍으려 했다기 보단 높디 높은 하늘로 뻗어나가는 문명의 도전 같아서랄까?

하늘도 높지만 하늘에 펼쳐져 있는 높은 새털구름도 실제 보면 장관이다.



다시 맞은 센트럴파크엔 어느새 가을이 조금씩 물들고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그렇고 나무들의 옷차림도 그렇다.

봄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라면 가을은 다소곳하고 은은한 기품이 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분수대의 치솟는 물결이 햇빛과 어우러져 황금빛을 속삭인다.



근린공원에도 가을과 아이들이 찾아와 한 데 뒤섞여 있다.



공원과 주거지를 연결해 주는 고샅길도 가을이 찾아 오고 있다.

며칠 지나면 그 가을색이 좀 더 짙어져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도 많겠지?



하루의 조용한 마무리를 도와 주는 일몰.

하늘에 하얀 물감을 풀어 아무렇게나 휘저은 듯 구름의 행렬이 부산스럽고 그 뒤를 뜨거운 햇빛이 덩달아 흩어 놓는다.

아름다운 노을을 기대했건만 내 인내가 모자른 걸 탓하듯 오늘은 노을도 얌전하게 폈다 조용히 가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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