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인공으로 조성된 불빛이 억제된 야망을 뚫듯 기어 나올 무렵 어느새 관방제림에 섞여 있다.
인공으로 조성된 활엽수림이지만 마을에 한 그루 정도 있을 법한 멋진 나무가 관방제림에선 구성원 중 하나 정도.
무심히 밤 산책을 즐기는 담양 사람들과 달리 강변을 따라 늘어선 숲길 나무는 손끝에 묘한 쾌감을 두드렸다.
평범하게 자라는 나무가 인고의 역사를 거쳐 범상한 모습으로 바뀌며, 수동적인 생명의 거부할 수 없는 상처는 훗날 활자를 새기듯 시련을 거친 인내의 상징이 되고, 얕은 의지를 한탄하는 생명의 스승이 되어 버렸다.
메타세쿼이아길이 자로 잰 듯 오차 없이 정갈한 가공으로 걷는 동안 절도의 세련미를 배웠다면 관방제림 길은 아무렇게나 뿌리를 내려 도저히 가공이 불가능하였음에도 전체적인 그들만의 규율 속에서 자유분방한 안식을 배울 수 있다.
상상의 경계는 없지만 어느샌가 인간이 통제하려 했던 생명에 압도당한 역습, 결과적으로 그들이 만든 세계는 혼란 속의 차분한 추파였고, 돌출된 목소리에 자그마한 반성과도 같다.
관방제림은 담양 사람들이 애호하는 영산강변의 산책로라 나무의 자태를 읽지 않는다면 감흥은 없다.
시간이 오래 숙성된 뒤틀림은 나무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지향점이지만, 두려움과 의심에 점철된 조바심은 타자를 이해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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