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새벽 내음_20200515

사려울 2022. 8. 6. 05:13

가족들의 쉼터가 있는 오지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쉴 새 없이 비가 내린다.
방수 재킷을 걸치고 잠시 빗소리를 감상하다 보면 세상 시름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지고, 자칫 무료할 것만 같은 문명이 차단된 곳임에도 화이트 노이즈가 있어야 될 자리에 차분한 대화가 자리 잡는다.
평소 얼마나 다양한 문명의 도구에 시간을 바쳐 왔던가.
이른 새벽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지저귀는 새소리는 건조한 소리에 익숙한 청각에 단비를 뿌려준다.

동 틀 무렵 밤새 지치지 않고 흐르는 여울로 나가 지저귀는 새소리를 곁들인다.

잠에 취한 눈에 비해 머릿속은 놀랍도록 맑아진다.

산골에 맺힌 빗방울은 도시와 달리 더 영롱하고 쨍하다.

아주 미묘하게 약초향이 가미된 영락없는 미나리와 같은 녀석은 산미나리란다.

이미 꽃이 만발하여 먹기 힘들지만 깨알 같은 꽃은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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