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셋째 날에 접어 들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 시끌벅적했던 착시현상으로 집이 더 휑하니 썰렁하기만 하다.
그런 허전한 적막을 깨고 저녁부터 굵직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평소 내리는 눈은 질퍽대던 도로의 주범이자 출퇴근 시간이면 도로에 더 오랜 시간 발을 묶어 두는 불청객이었다면 연휴에 내리는 눈은 겨울의 운치와 매력을 가장 잘 이해시켜 주고 계절의 공감대를 포근하게 기억으로 변모시켜 주는 매력덩어리 였다.
이렇게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곤 판초우의를 입고 온갖 청승을 떨듯 홀로 거리를 활보하며 신이 난 아이처럼 아이뽕 셔터를 허벌나게 눌러 댔다.
카메라로 찍는 다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내 눈도 눈물을 흘리겠지?
텅빈 도시에 하염 없이 내릴 것만 같은 이 눈을 보고 있자니 겨울이란 계절의 매력이 이렇구나 싶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에 적당히 수분을 머금고 있어 내리는 눈이 지표에 닿는 소리가 마치 빙수를 만들기 위해 얼음을 갈면 떨어지는 눈꽃 빙수의 사각이는 소리가 같다.
그래서 눈에 끌려서 무작정 나온 외출이 소리에 더욱 반하게 된 야심한 밤이 아닌가 싶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이 닿아 영롱한 열매를 맺어 더 이상 춥거나 허전하지 않은 연휴의 한밤에 걸음을 멈출 줄 모르고 계속 걸으며 눈을 맞는다.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밤에 혼자서 다니는 내가 나사 하나 빠진 사람 같지만 풍성해진 마음이 비추어 주는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육교 위에서 가로등 불빛에 비키어 내리는 눈은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고 힘차게 내린다.
내리는 눈이 힘차게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적당한 수분으로 인해 함박눈처럼 가볍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빙판길을 만들지 않아 걷기는 수월했다.
눈을 밟을 때 특유의 그 느낌은 약했지만 걷는게 힘들지 않아 이대로라면 반석산 둘레길도 문제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친 김에 노작마을을 지나 반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동탄복합문화센터 정도만 예상했으나 감질 맛나서 왠지 아쉬움에 잠이 쉽지 않겠지.
빙판처럼 도로에 윤기가 좌르륵 흐르지만 눈이 지표에 닿아 바로 녹는 바람에 빙판은 아니다.
그렇게 수월하게 걸어서 반석산 둘레길로 걸어 가는 사이 기세 좋게 퍼붓던 눈발은 조금 가늘어 졌고 난 여전히 이내 녹는 눈을 만만하게 보며 히말라야까지 넘을 기세로 걸어갔다.
그 때까지만 해도 눈의 낭만에 도치되어 참 좋았지.
이후 둘레길에 대한 사진은 정상 부근 낙엽 무늬 전망 데크 사진과 등의 불빛에 내리는 눈을 찍은 동영상 뿐.
사람이 밟지 않은 둘레길은 눈이 고스란히 쌓여 허벌나게 미끄러워 어찌나 조심스러웠던지 산길을 걸어서 땀이 나는게 아니라 긴장에 압도당한 식은 땀의 결집이었다.
이거 잘못 디뎠다간 단숨에 집까지 갈 만큼 소홀하게 발을 뻗으면 걍 쭉쭉 내려가다 못해 엉덩방아도 몇 번 찍었다지?
그나마 반석산을 통틀어 나 혼자 전세낸 마냥 어떤 인척도 발견할 수 없었던 만큼 음악 짱짱하게 틀어 놓고 다녔고 마침 마지막 눈 내리는 동영상을 찍을 땐 음악대장 하현우의 '민물 장어의 꿈'이 절묘하게 분위기와 싱크로율이 일치되며 운치 짱이었다.
이렇게 연휴 4일 중 셋째 날의 시간은 증발되는 눈처럼 빠르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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