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에서 다시 남쪽 방면을 향해 7번 국도의 매끈한 직선을 따라 출발, 송지호의 평온에 이끌려 옆길로 샜다.
텅 빈 해변에 발을 들여 걷기 힘든 고충도 잊고 바다 가까이 다가서서 바다내음 짙은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시야가 뻥 뚫리는 기분, 동해의 매력엔 가희 반할만하다.
파도가 해변을 집어삼킬 듯 돌격해 오다 해변의 평온에 중화되어 급격히 잠잠해진다.
큰 파도에 아슬아슬한데도 갈매기들은 아랑곳 않고 태연하다.
가끔 녀석들끼리 침묵을 깨는 장난과 울음소리가 들리다가도 이내 다시 찾아온 평온.
한 마리 갈매기의 비상, 미친 듯 부딪히는 파도와 미동도 하지 않는 죽도,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고깃배...
몽환적이다.
바다에 죽도란 섬이 있는데 이 섬을 돌아온 파도가 죽도와 해변 사이에서 서로 맞부딪히는 게 은근 장관이며 재밌다.
서로 힘겨루기에 한창인 파도와 그 앞에서도 태연한 갈매기.
그들에겐 일상이지만 내겐 진풍경이다.
모래사장이 만든 특이한 작품.
맑디맑은, 그러면서 간결한 해안선과 수평선을 필두로 겨울 바다를 방불케 하는 세찬 바람에 파도가 넘실댄다.
파도 소리의 선율에 푹 빠진 갈매기 무리는 가까이 다가가도 동요 조차 하지 않을 만큼 그 선율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어느새 나 또한 넘실대는 바다의 선율에 잠시 부동의 자세로 귀를 기울였다.
산에서 빼곡한 숲을 쓸어 넘기는 미풍의 곡조가 있다면 바다는 강이 범접할 수 없는 파도 소리가 힘찬 용트림이 되어 지축을 전율시킨다.
집으로 가는 마지막 외도, 청정한 동해의 단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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