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겨울 바람도 침묵하는 삼년산성_20210121

사려울 2023. 1. 14. 20:25

보은 시가지와 인접한 삼년산성과 삼림욕장은 일전에 방문 했던 충주산성처럼 군민들이 애용하는 녹지며 공원이다.
속리산을 가기 위한 관문인 보은 방문은 처음이지만 어느 제약회사 트레이드 마크인 정이품송과 법주사가 유명하다는 것 외엔 아는 바가 없어 이틀 머무르기로 한다.
미리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편이 아니라 대략 유명한 곳만 탐색해 보니 말티재와 삼년산성이 눈에 들어왔고, 때마침 말티재 휴양림을 일찌감치 예약한 뒤 간단히 위치 정도만 파악한 상태로 보은에 도착하여 우선 가장 인접한 삼년산성을 들렀다.

산림욕장 내부는 넓고 잘 다져진 길로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얼마 전 내린 눈과 얼어 붙은 여울이 오로지 한다.

걷기 좋은 탄탄한 길을 버리고 여울 따라 울퉁불퉁한 길로 들어서 걷는데 왠지 매끈한 길에서 느낄 수 없는 땅 밟는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작은 흔들다리.

삼년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 되었단다.

무척 오래되고 피비린내 나는 시대를 살아온 성이라 사뭇 기대된다.

말 없이 작은 가슴 내어 흘러 버린 시간과 여행자에게 한평 기댈 자리 내어 주는 산성도 겨울의 황량한 파고를 피할 수 없다.
4개의 작은 봉우리가 우뚝 서 지켜낸 건 처절한 현재 뿐 아니라 영광의 과거와 희망의 미래까지 아우르고, 중원에 서서 작은 성에서 말미암은 야망의 칼을 간직했을 터.
이제는 속리산 아래 펼쳐진 삶의 터전을 묵묵히 바라보며 지나는 바람의 소리에 곡조를 맞춘다. 

처음 닿는 북문은 아무래도 음지라 내린 눈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북문에 들어서면 작은 보은사가 먼저 맞이한다.

북문에서 부터 시계 방향을 잡고 북녘 전망대로 향했다.

북문 전망대에 오르자 눈이 그대로 쌓여 아슬아슬 지나왔던 북문길이 내려다 보였다.

좀 더 방향을 북쪽으로 틀면 삼림이 빼곡한 산림욕장과 그 사이로 뻗어있는 산책로가 보였다.

가야될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언덕배기처럼 솟아있는 성곽들이 곡선을 그리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속리산 방향은 앞 산에 가려 정작 속리산은 보이지 않지만 그리 멀지 않고, 희미하게 말티재는 보였다.

다시 가던 방향으로 진행하면 동문이 나온다.

동문 데크 계단은 출입이 가능했다.

남문으로 가는 길.

남쪽 방향은 전날 곡성-남원-장수-옥천-보은으로 올라오던 길과 보은 주변의 너른 평지가 보였다.

남문의 망루도 북문이나 서문처럼 도드라지게 높았다.

남쪽 전망대에서 성 내부를 보면 한눈에 전체가 보인다.

북문 보은사는 정적만 남았다.

남문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출입하는 서문까지는 오로지 내리막이었다.

남문 도착.

그러나 굳게 닫혀있었다.

남문에서 눈길을 밟고 아슬아슬하게 서문으로 내려가던 중 성곽의 밀도를 손으로 만져 봤다.

생존이 걸린 방패와 같은 거라 돌을 다듬는 진중함이 더해져 성곽은 단단하게 얽혀 있었다.

서문이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눈 쌓인 내리막이라 천천히 진행했다.

서문 앞 연못이 있던 자리, 아미지라 부르는데 이제는 움푹 들어간 흔적만 남았다.

멀리 동그랗게 솟은 북쪽 전망대, 동북치성이 보였다.

서문은 차량도 거뜬히 들락 거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삼년산성 배치도를 보면 망루, 전망대를 치성이라 해놓았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치성(雉城)은 성곽의 시설 중 하나로, 성곽 일부분을 네모나게 돌출시켜 적들을 손쉽게 진압할 수 있게 만든 거란다.

서문을 지나 서북치성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이라 가쁜 숨을 달래며 잠시 뒤돌아 걸어왔던 서문을 돌아봤다.

서문을 지나 오르면 정점인 서북치성에 닿는다.

먼저 방문했던 동북치성이 우뚝 솟아 있다.

멋진 동북치성을 보면 영화에서 나오던 파수꾼들의 긴장된 눈빛도 떠올랐다.

처음 진입했던 북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풀이 자욱하고 통나무로 흙을 가둬 만든 계단길이다.

북문에 내려와 보은사로 향했다.

정적만 감도는 보은사에 들러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북문으로 성곽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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