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산성 북문에서 바로 산림욕장으로 나아갔다.
너른 공간임에도 시선에 굶주릴 만큼 인적이 드물어 적막과 더불어 내린 눈이 대부분 고스란히 쌓여 있고, 대부분 공간을 채우는 소리는 청명하게 울려대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가끔 예상 밖의 시설도 있지만 도심 숲과 비교 되지 않는 자연의 녹지와 가공이 적어 친숙한 길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곳곳에 쉼터는 빠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집에서의 접근성이 좋아 등잔 밑이 어둡다고 왜 이제서야 방문했을까 뒤늦게 꽁꽁 숨겨진 숨은 그림을 찾은 성취감도 얻었다.
맨발숲길의 작은 늪과 데크길, 그리고 쉼터가 차분하게 이어져 있다.
뒤돌아 우뚝 솟은 삼년산성의 동북치성을 바라봤다.
꽤나 두텁고 거대해 보였다.
한길 따라 내려오면 극기훈련장과 산림욕대가 있었는데 두터운 낙엽이 쌓여 폭신했다.
곧게 뻗은 소나무와 전나무가 꽤 잘 가꿔져 있고, 여기서 잠시 쉬는 동안 숲이 가진 향기에 겨울도 감히 방해할 수 없는 포근한 안정을 받았다.
어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쉬든 잠시 피로에 젖은 다리를 어느 하나 외면하지 않는 숲의 포용에 가슴 속 감사의 편지 하나 적어 전해 주고픈 자연의 작은 울림, 이래서 먼 여정의 충만한 가치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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