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산소 가는 날, 봄도 만나_20160319

사려울 2016. 12. 4. 22:11

올 성묘는 예년에 비해 빨리 다녀온 게 오마니 모시고 다녀 오기도 했고 올해 들어 삐즘한 여행에 대한 갈증도 해소할 목적도 있어 아직 추위의 잔해가 남은 3월 중순으로 택했다.

주말을 이용해서 내려가자 마자 산소에 먼저 들러 해야 될 숙원(?)을 먼저 이행해야 되므로 절 몇 번 꾸벅꾸벅.

공원 묘지라 대체적으로 관리는 잘 되고 있으니까 크게 손 볼 곳은 없고 봄볕 받으려고 올라 오는 잡초나 얼었다가 녹은 땅이 흐물해져 좀 다졌다.

대부분 혼자 오다가 이번에 오마니 모시고 온 덕분에 간단히 준비해야 될 음식들은 꼼꼼히 챙겨 크게 아쉽거나 부족한 것도 없어서 냉큼 끝내고 관리사무소 부근으로 올라와 인증샷으로 파노라마 한 컷 촬영.



처음 왔을 때 비하면 많이 변했다.

공원 묘지가 변해봐야 얼마나 변하겠는가 하겠지만 매끈해진 길이며 조경들은 처음에 비해 정말로 많이 변했다.

한 해 동안이 아닌 여러 해 동안 아주 조금씩 바뀌면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엄청난 변화, 하다 못해 주변은 완전 야생 들과 숲이었던데 반해 지금은 진입하는 길조차 다져지고 매끈해 졌다.

얼마나 오랫 동안 여기를 찾아 오게 될까 모르지만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땅을 밟은 나조차, 가족들조차 많이 변했으니까 자연인들 변화는 어찌 보면 당연지사.



대구에 내려 왔으면 꼭 맛보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요 막창 되시겄다.



말로만 듣다가 이번에 처음 찾아온 막창 골목이란다.

오는 순간 입이 벌어질 만큼 많은 식당들이 즐비한데다 그 식당들이 내뿜는 막창을 구울 때 쏟아지는 연기와 냄새가 외부에서도 매캐하다.

소위 그 중에서도 유명한 식당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빼곡한데 내가 먹던 막창집들에 비해 가격은 좀 더 저렴했고 그러면서도 친절한 것 보면 이제 서비스도 맛과 더불어 음식점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두 군데를 거치면서 배부르게 막창을 쳐묵하셨는데 나보다 더 가끔 오시는 울 오마니께선 그 날 치료 받던 이빨 문제로 많이 드시지 못해 안타까워 하셨다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이 사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 그 날 많이 포장했는데 그것도 모아 놓으니까 제법 단가가 세다.

그래도 먹을 때의 즐거움, 모여서 아둥바둥 쳐묵하는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이까이꺼~



여행의 시계는 워찌나 빨리 돌아가는지 조금 꾸물거린 거 같은데 벌써 밤이다.

숙소로 잡은 인터불고 코엑스로 돌아가기 전,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 망우당공원에 들러 묘하게 기분을 좋게 하는 여전히 찬 초봄의 강바람을 맞으며 혼자 텅빈 공원에서 사진을 몇 장 찍어 봤다.

딱히 설정이나 풍경이 멋지다기 보단 그 기분 좋게 하는 강바람을 얼굴로, 손끝으로 느끼고 만져 보고 싶기 때문이지.



낮은 이 절벽 밑이 금호강인데 역시나 강바람 답게 앙상한 가지를 편하게 놔두지 않고 열심히 흔들어 봄이 왔으니

까 잠을 깨라고 일깨운다.

멀리서 바라보는 강물은 마치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거 같지만 실은 그 강물도 바람이 끊임 없이 일렁이게 만드는 중이시다.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산수유는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깨어서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열심히 봄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갈의 파동으로 인해 조만간 주위 여러 나무들도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겠지.



오래 있을 여건이 못 되어 음악을 틀어 놓고 30여 분 앉아 있었음에도 그 시간 동안 아무도 지나가지 않고 찾지 않는 이 공원의 고독은 바람이 불어 소외가 더 지독할 것만 같았는데 도리어 혼자 그 따스한 봄의 향내가 각인될 만큼 집중할 수 있었고 바람이 가득 메운 소리가 평소 빌딩 숲에서 외치는 소리보다 선율이 더 아름다웠다.

짧은 여행에서 잠깐씩 맛 보는 이 찰나가 모여 내 시간에도 결국 봄이 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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