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봄 전령사, 산수유꽃_20160320

사려울 2016. 12. 5. 23:41

여전히 겨울 내음이 묻어 코끝에 홍조를 띄이게 하는 초봄, 매화가 보이기 전부터 찬바람결에 살랑이는 노랭이가 겨울색이 여전한 세상에,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산수유꽃.

3월이면 그리 아침 저녁으로 낮에 남은 포근함이 자취를 감추는 시기임에도 어느 샌가 꽃망울을 터트려 시선을 유혹한다.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꽃망울이 터졌는지도 모르고 지내다 문득 정신 없이 바쁜 꿀벌이 간헐적으로 눈 앞을 왔다리 갔다리 하니까 그제서야 반가운 사람을 만나듯 잔뜩 경직된 도끼눈에 힘을 풀고 이리저리 찾아 보면 의외로 주변에 산수유꽃이 참 많다.



한 동안 귀차니즘이 카메라를 잊게 해줘서 셔터를 누르는 감도 어색한데 그래도 이런 반가운 삿대질에 동물적인 감각으로 꽁꽁 숨어서 '나 찾아봐라~' 숨바꼭질하는 카메라를 어떻게든 찾아내 화사한 봄햇살 출렁이는 낮에 신기한 구경거리를 만난 사람 마냥 버릇 없이 렌즈를 들이 밀었다.



근데 나만 산수유꽃을 반갑게 맞이한게 아니라 경쟁자가 있었구먼.

어디서 겨울 칩거를 하다가 봄이 오기 무섭게 고주파를 퍼트리며 잠시도 가만히 못 앉아 부산을 떨어대는 꿀벌님.



망원렌즈의 장점을 십분 활용, 멀지막하게 떨어져서 산수유꽃에 팔렸던 정신이 어느샌가 이 꿀벌에게 뺏긴 것도 모르고 열심히 찾아 댄다.



요 녀석은 꽃잎 하나에 매달리자 그 무게를 못 견딘 꽃 하나가 축~ 늘어지자 거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영 자세가 어색한지 다시 공중으로 비상했다 꽃으로 내려 앉게 된다.



이 꽃은 요 녀석이 찜한 꽃송이다.

집요하게 숨은 그림 찾기하듯 구석구석 뒤져서 무언가를 찾아 내는데 그 집요함 덕분에 난 사진을 안정적인 자세로 낚아챌 수 있었다.



부는 바람이 이 녀석들 훼방꾼이라 끊임 없이 바람이 스치면 꽃과 가지는 겨울 추위를 털어 내고 꿀벌들은 얼른 허공으로 비상했다가 보란 듯이 멋지게 연착륙하며 여간해서는 바람의 훼방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내가 원래 모기를 싫어하는 대신 이런 계절의 전령사들은 좋아하는데 그래서 내겐 더더욱 반가운 소식을 실어다 줄 귀한 손님이니까 편히 쉬다 가시게 사진만 찍고 냉큼 자리를 떴다.

어차피 좋은 소식 보따리를 가득 싣고 오셨을테니까 그 소식들을 천천히 풀어 헤쳐도 될 터이니 말이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0160402  (0) 2016.12.08
일상_20160327  (0) 2016.12.06
산소 가는 날, 봄도 만나_20160319  (0) 2016.12.04
노작박물관 뒤 무장애길_20160312  (0) 2016.12.02
겨울도, 눈도 끝물_20160228  (0) 201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