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대구 범어동의 과거와 현재

사려울 2013. 8. 22. 01:16


대구에 들른 절친 아가 돐잔치.

이쁜 아이의 사진인 만큼 이쁘게 디스플레이 해 놓았다.

휴일의 시간이라는 조미료가 버무러져 웃고 울고 하품하는 아이의 표정이 마냥 흥겹기만 하고 더위를 초월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도촬의 제왕이 되기 위해 무진 노력해 보는 나.

아이 사진을 구경하고 장래 아이가 무엇이 되었으면 바래는 희망사항을 고르는 또 다른 아이의 모습도 재밌다.

비록 박쥐 모자를 쓰긴 했지만 이건 귀엽고 친숙한 박쥐다.

또한 그걸 숙고하는 가족의 모습 또한 눈부시기만 하다.



대구에서 가장 큰 걸로 알고 있는 범어네거리에 지하철 범어역과 연결된 지하상가의 상가스럽지 못한 풍경들을 담아 봤다.

돐잔치가 있던 주상복합 지하와 연결된 지하 상가 통로인데 미술 관련 매장들이 즐비하게 한 통로에 자리잡고 있다.

지하상가의 매장 전체가 15일부터 18일까지 휴가란다.

을씨년스럽긴 했지만 덕분에 조용히 사진을 찍으며 둘러 볼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스원하단거~

통로를 중심으로 한 편은 통유리로 매장이 나열되어 있고 나머지 한 편엔 자칫 단조로울 벽면에 각 매장마다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푸코의 추를 연상케 하는 작품.

다음 선수 입장~



아마도 벽면에 일정 간격으로 붙어 있는 양피지 같은 것들 위에 작품을 디스플레이 하나 보다.

이제 막 들어 서는 공간인 듯 빈 매장과 손 대기 시작한 매장들도 쉽게 눈에 띄인다.

다음 선수~



이건 대구시에서 만들어 놓은 마케팅 공간인 듯 싶다.

휴가 기간이라 이 버스도 운행이 잠시 정지되어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이 공간에 불이 켜진 순간 부터 시종일관 웃고 있을 운전하시는 아자씨(?)는 휴가 열외인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있더라.

월매나 힘드실까~



파리의 어느 거리에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매장.

키즈 클럽? 이건 아이들 놀이방인가?

그러기엔 많이 작은데 정확한 용도가 아직도 궁금하다. 최소한 여기만큼은...



유명한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어느 매장의 외벽.

그리 이쁘진 않았지만 아무런 개성이 없는 콘크리트보단 훨씬 보기도 좋고 편안하답니다.

근데 벽면에 덕지덕지 붙은 돼지코나 좀 가릴 것이지..



어느 매장에선 공허해 보일 수 있는 윈도우를 이런 포스트 같은 걸로 단장해 놓았다.



지하상가를 나와서 네거리 어느 큰 빌딩 앞에 대구의 살인적인 더위를 잊게 해 줄 물 쇼(?)가 한창이다.

대구에 진입하기 전 차량 온도 시그널이 일관되게 36도를 나타내다 대구 진입과 동시에 37도하더니 잠시 후 39도까지 치솟더라.

역쉬 대구는 더워도 너~~~무 더워요.



원래 범어동 일대가 현대식 건물도 많고 큰 관공서며 주상복합 아파트가 즐비한 부촌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면 골목길엔 아직도 개발이 한창이던 물결을 비켜나간 곳들이 있어서 지금의 위용을 자랑하는 고층 빌딩과 대조가 되는 부분이 있어 한꺼번에 둘러보게 되었다.

오피스 지역을 제외한 아파트들도 경쟁적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대부분 40여층 이상으로 하늘을 향해 줄기가 한껏 뻗어 있었다.

하늘은 이 모습을 지켜보곤 어떤 생각을 할지 사뭇 궁금하다.



오후,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큰 가로수에 걸려 있어 마치 거대한 나무가 세상의 모든 빛에 근원인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나무의 실루엣에서 출발한 빛의 파장이 태양의 코로나를 방불케 하며 그것들이 소리 소문 없이 뻗어 나가 세상을 밝히는 중이다.



과거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는 시절-노 코멘트- 아파트가 서구 문명의 주 생활에 첨병이었을 때 최고급이라는 단어로 무장시킨 아파트 중 하나.

대부분 5층을 넘지 않고 평수도 아담했던(?) 시절에 큰 평형과 대형 베란다에 1층 상가를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단다.

현재 주상복합 아파트의 초기 모델이라고나 할까?

최첨단에 최고급, 초호화,최신신 아파트라는 수식어가 이 아파트에 붙었겠지만 이제는 세월의 파고에 밀려 과거의 영화일 뿐.



좀전까지 현재 범어동의 손질된 모습이라면 이제 부턴 완전히 상반된 범어동의 현재를 보여 준다.

시간이 멈춰 버렸던 건지 아니면 시간을 역행하려는 것인지 과거 우리에게 친숙하고 흔했던 골목이지만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추억이기도 하다.

그걸 반증하려는 것일까? 골목 너머엔 현대의 상징물과도 같은 높은 아파트가 매끈한 모습으로 즐비하게 자리를 꿰차고 있다.

콘크리트의 높은 담장과 쇠창살, 대문과 그 대문 위에 처마 같은 지붕, 2층 양옥형태와 그걸 넘어 쳐다 보는 길쭉한 콘크리트 전봇대,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시멘트 타일과 상하수도가 지나가는 자리, 담장 아래 약속이나 한 듯 빠지지 않고 따라다니는 잡초.



그 중 가장 익숙한 풍경은 바로 이 철제 대문이 아닐까?

시간의 나이테처럼 녹이 잔뜩 슬어 있는데 오랫 동안 사람들의 손을 타면서 많은 칠과 녹을 반복했으리라.

비가 올 때면 대문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벨을 누르면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며 뻑뻑한 문고리에 집에서 사람을 확인하고 열어 줄 때 들리던 그 날카로운 기계음이 이제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으려 한다.

한 때 화려하고 융성했던 강원도 탄광촌의 텅빈 마을처럼 어쩌면 이런 것들도 이제 은퇴를 예견하고 준비를 서둘렀을 것이다.

또한 대문 우측 담장의 상단에 자그마한 창은 소위 말하는 뒷간의 악취를 유일하게 외부로 빼내는 창이렸다.

이 녀석 또한 이제 사라질 기다림만 보인다.

언젠가 없어질 존재라도 막상 눈 앞에 사라진다고 해서 기억에도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추억으로 단장하여 내가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수시로 내 의식을 두드릴 것이며 그럴 수록 아련함에 그리워지고 그와 비슷한 시기를 회상하게 만든다.

그걸 생각해 보면 사람은 정들었던 모든 것들의 존재는 지울지언정 운명을 좌우할 순 없음이다.


이로써 대구에서의 짧은 회상을 뒤로 하고 난 현실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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