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날이라 서둘러 오산 세교를 둘러본 뒤 외식 장소로 선택한 곳은 오산과 병점이 맞닿은 한신대학교 인근 콩요리 전문점이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세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라 불 위에서 춤을 추는 전골의 자박한 국물이 간절했고, 때마침 식당 앞 겨울 운치를 더해주는 오래된 느티나무 풍경은 꽤 맛깔났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10여 분 정도 기다려야 되는데 식당 마당의 멋진 느티나무 정취에 취한 사이 시간을 훌쩍 지나버렸고, 주문을 끝낸 뒤 그 정취를 마저 즐길 무렵 겨울을 재촉하는 세찬 바람에 잔뜩 무겁던 하늘에서 소나기가 떨어졌다.
다행히 방수 재킷을 믿고 나무를 세세히 살폈다.
오래된 나무답게 다른 새생명들이 의지했고, 그 생명들 또한 깊어가는 가을 옷을 입어 불그스레 단장했다.
서로 의지하고 공존하는 자연의 표상이었다.
만추를 지나 완연한 겨울 정취로 접어드는 이 순간만의 풍경에 젖어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 음식은 뿌연 연기를 뱉으며 유혹했고, 정신을 가다듬어 이 순간을 다음 해로 기약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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