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_20241117

사려울 2024. 12. 18. 00:59

전날 내린 비로 인해 겨울이 한층 다가와 바람살은 매섭고 차가웠고,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가을 이파리들은 어느새 낙엽이 되어 뒹굴었다.

녀석은 그런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삼매경에 빠졌고, 집사들은 그런 녀석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삼매경에 빠졌다.

유리 한 장 차이로 바깥세상은 겨울의 날카로운 예봉이 세상을 집어삼켰고, 안쪽 세상은 상대적으로 포근함이 평온을 붙잡아 극단적인 풍경에 녀석은 심취했다.

물론 이따금 실내에서 들리는 집사들 목소리에 귀가 뒤로 쫑긋 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바깥세상의 호기심을 포착하기 위해 정면으로 향했다.

그러던 녀석이 깊은 낮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조용히 집을 빠져나와 용무를 봤는데 행여나 CCTV를 켜자 외출 전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귀만 까딱까딱 움직였다.

집사들이 없는 걸 알고 다시 무기력해진 걸 알 수 있었다.

실제 해일처럼 밀려오는 추위라 오래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녀석은 이따금 눈을 뜨며 집사들을 확인했다.

11월 중순이면 겨울이 밀려올 때라 마음의 준비는 했건만 막상 익숙지 않은 추위라 체감되는 한기는 더욱 매서웠고, 차량도 식겁했는지 평소 잘 작동되던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와 오디오도 먹통이 되었다.

이튿날부터 3일 간 대전에서 교육이 있는 날이라 비교적 먼 길 달려야 하는데 조금 불안했고, 다행히 저녁에 집에서 출발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을 땐 모든 게 정상적으로 작동되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가오는 겨울의 첫 추위와 맞물린 대전에서의 교육을 위해 하루 전 교육 장소에 도착하여 비교적 생소한 교육을 접해야 했고, 물론 거뜬하게 완수할 자신이 있어 우려보단 적당한 기대와 설렘도 충만했다.

모처럼 교육을 위해 녀석과 일찍 작별했는데 이후 녀석은 방을 두리번거리며 집사를 찾아다녔다는 걸 들었고, 가슴에 따스한 정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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