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방문한 세종.
이른 아침에 잔뜩 대기를 덮었던 안개가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마치 막이 열린 무대를 서서히 걸어 나오는 곱게 단장한 아이 같은 모습이다.
넉넉치 않은 시간이라 오전 이른 시간에 잠시 들러 첫 번째 방문 때 미쳐 생각치도 못했던 호수공원 최북단의 습지섬으로 향했다.
다음보단 네이버 지도에 이렇게 위성사진을 통해 습지섬이 나와 있는 고로.
호수 북단 습지섬 초입에 이렇게 섬이 물에 떠 있다.
위성 사진에서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불기둥 같은 그런 유연한 곡선인데 실제 보면 한달음에 훌쩍 뛰어 건널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에 일렬로 늘어선 매끈한 정원같이 보인다.
지도 상의 둥그런 습지섬으로 가는 다리.
이게 바로 습지섬이닷.
둥근 섬 안에 작은 원이 두개 있는데 그걸 찍으려다 뭔 생각에 깜빡 잊어 버렸다. 젝일...
물이 맑다.
아마도 습지섬의 둥그런 원 안쪽으로 유입되는 물이 습지섬을 거쳐 정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관망대에 비해 여긴 접근성도 좋지 않고 완전히 반대편에 있어서 먼 곳에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별다른 게 없을 거 같아 보인다.
실제 오게 되면 나름 괜찮지만...
습지섬에서 바라본 호수 한 가운데 떠 있는 무대섬과 그 너머 공사 현장을 반증하는 타워크레인, 그리고 최 우측에 중앙도서관.
습지섬을 중심으로 이런 길다란 반도 형상의 화단이 호수 중앙으로 뻗어 나간다.
호수 가장자리를 둘러싼 둘레길.
모든 길이 어떤 테마를 말해 주듯 각각 다른 조경으로 꾸며져 있다.
조용한 가을에 이 길을 걷고 있노라니 마치 시간이 정지된 착각도 들게 한다.
아직은 나이 어린 호수라 앙상한 식물이 이제 갓 뿌리를 내렸지만 이 공간에 시간의 양분이 스며들수록 멋스러움의 씨앗이 조아리를 틀어 조화의 결실을 맺을 것이다.
산책하는 내내 아이폰과 UE Boom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틀어 놓았다.
습지섬 난간에 둘을 올려 놓고 아무도 없는 자유를 이용해 제법 볼륨을 올렸더니 음악 소리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작은 덩치임에도 비웃듯 우렁찬 소리를 터트리는데 주변 경관과 앙상블을 이루니 잠시 갖는 휴식이 아주 달콤하다.
호수공원 최북단에 꽃밭과 어울린 정자.
꽃밭에 많은 나비와 벌이 식사 중이다.
많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열중이다.
덕분에 손떨림으로 표현된 꽃과 나비
이 순간 꽃들이 부럽다.
따가운 햇살 아래의 나른함과 조용한 휴식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꽃들이 그런 연유로 화사하고 따사하게 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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