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석양과 달이 머무는 자리_20190608

사려울 2019. 9. 19. 03:20

도마령을 넘어 길게 뻗은 구부정길을 따라 황간에 도착했다.

절실 했던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황간을 몇 바퀴 돌다 아쉬운대로 파리바게트에서 몇 사발 들고 도착한 황간의 명물, 월류봉은 예상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북적대는 곳이었다.

관광버스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공간을 메운 인파가 북적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던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이내 다시 인파가 들어서길 몇 번 반복하는 사이 해는 서서히 기울며 머물러 있던 낮도 사라져 갔다.

한 자리를 잡고 2시간 정도 앉아 마저 남은 커피를 비우며 남은 이야기도 비웠다.







홀로 우뚝 솟은 월류봉의 끝자락을 부여 잡은 월류정과 그 바위산을 단단히 부여 잡은 초강천이 함께 어우러진 월류봉은 그 일대가 그림 같은 곳이다.

힘들게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건져가는 미소를 보면 무척이나 만족스런 그림을 느긋하게 감상했나 보다.



포토존 너머 월류정은 마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지만 밟을 수 없는 무릉도원 같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자리에 많은 참새들이 무리를 지어 재잘거린다.

월류봉 풍광을 이 녀석들도 알고 있는 것일까?

지나치는 인파처럼 우르르 몰려 어디론가 날아갔다 다시 날아오고, 그러다 다시 무언가 재미난 놀이가 생각난 것처럼 우르르 떼를 지어 몰려 다닌다.



월류정에는 달만 머무르는 게 아니다.

갈 길 바쁜 석양도 거침 없이 서산으로 기울다 잠시 월류정에 기대어 쉬고 있다.

인상적인 노을이 보이지 않지만 석양 하나만으로도 무척이나 그림 같은 장면을 남기고 서서히 사라져 간다.

딱 '필요한 만큼' 일 때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음을 여실 없이 보여 주는 월류봉은 휴일이라 비교적 많은 관광객이 오가며 그 자태에 잠시 넋을 놓는다.

나지막한 바위산의 곁가지 끝에 인간이 살짝 올려 놓은 월류정이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고, 양념처럼 버무려진 초강천은 떠나기 싫은 미련처럼 월류봉을 휘감는 이 자리가 머무는 시간 동안 소박한 조화로움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쉼 없이 달려 서녘으로 넘어가는 석양도 진면목을 알고 바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던 곳, 흔히 지나치던 황간에 숨은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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