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과 같은 걸 받을 려고 그리 고생했나 싶으면서도 뿌듯한 감회를 느끼며 대구에서 하루를 보냈다.
한 달 넘게 폭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지만 그 예봉은 조금 꺾여 아침 저녁으로 그나마 숨이 막히는 정도는 아니었고, 특히나 기형적인 게 서울보다 대구, 아니 대프리카가 좀 시원했다.
이왕 내려 온 거 아버지 산소도 가고 예전 살면서 자주 다녔던 산책로도 찾아 과거 회상에 젖기로 했다.
고산을 지나는 금호강은 광활한 야생의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북쪽에 우두커니 서서 거대한 분지를 이루며 이 지역의 수호신 같은 팔공산과 그와 함께 장벽을 이루는 여러 봉우리들이 구름에 섞여 있다.
대구 온 김에 올 처음 찾아뵌 아버지 산소는 얼마 전 내린 세찬 비의 흔적이 남아 군데군데 흙이 패여 있거나 범람하는 비의 물줄기를 타고 내려온 토사로 얼룩져 있었다.
평일 낮이라 공원 묘지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어 무척 고요 했는데 잠시 앉아 잔을 치면서 잔디 밟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릴 정도 였다.
숨가쁜 학업의 일정을 완수하고 공식적으로 캠퍼스의 품을 터나는 마음은 정규 강의를 마치는 감회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아 그저 편안하게 캠퍼스와 서로 편안히 안부를 주고 받은 정도의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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