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_20240502

사려울 2024. 7. 9. 02:33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고, 냥이가 늘어붙기 시작하면 잠도 재우지 않는다.
속담에 비추어 냥이도 알고 보면 애교가 많고, 덩달아 한 번 붙으면 도저히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녀석이 앉아 있는 책상 옆에 벌러덩 드러누워 그루밍 중이었다.

은근 집사의 관심을 이끌기 위한 워밍업 중 하나였는데 벌써 시선을 사로잡아 버렸다.

하필 집사가 겨우 이끌어낸 집중력을 산산히 깨부수는 이유는 뭐냥?

그 심중을 알아차렸는지 그루밍을 멈추고 집사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 몸을 굴려 등을 보이고선 잠깐 그루밍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몸을 굴려 집사와 눈이 마주쳤다.

이제는 집에 가족의 연을 맺은지 4년이 넘었고, 나이는 5년이 넘은 성묘인데도 여전히 애교의 눈칫밥 고수인 이유는?

냥이가 까칠하고 독립적이란 말, 더이상 믿지 않을 뿐더러 이렇게 성묘가 되어서도 애교가 많은 생명임에 분명했다.

집사가 그 흔한 관심을 절제하자 녀석은 방을 나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에서 이렇게 섬뜩한(?) 눈빛으로 계속 째려보다 눈이 마주치자 눈인사를 연신 날렸다.

이쪽으로 오라며 집사의 무릎 위를 두드리자 녀석은 어슬렁 걸어와 무릎 위로 냉큼 올라가는 저 이해력은 가끔 혀를 내둘렀다.

집사의 무릎 위에 올라 이렇게 불쌍불쌍한 표정과 몸짓이라니.

마치 학대로 서러워하는 표정과 몸짓처럼 보였다.

한참을 무릎 위에서 개기다 잠들려고 자리를 마련하곤 컴퓨터를 끄는 사이 하필 베개 위에 드러누워 집사의 허벅지에 괴고 누워버렸다.

어떻게든 이번엔 책임져야 될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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