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만두.
난 우측 뒷다리 하나가 없어.
그래서 급할 때 다른 닝겐들처럼 민첩하게 뛰거나 피하지 못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
집사, 동네 사람들, 그리고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내게 미소를 날려주고, 따스한 손길로 나를 대해줘.
나도 사람들이 좋아.
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도 어느 하나 큰 소리를 내거나 위협하지 않거든.
난 늘 부족한 게 없어.
밥도 적당히 채워져 있어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심심할 때엔 뒤뜰에 벌레며 가끔 사람들이 함께 놀아줘.
그래서 난 누군가 맛 좋은 걸 주는 것보다 관심과 애정, 그리고 나에 대한 삐딱한 편견만 없었으면 좋겠어.
기생과 공생을 모르는 닝겐들이 아직 많더라구.
집사는 내게 있어 세상이며, 나 또한 그들의 희열이거든.
그럼 다음에 나를 보러 오게 된다면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줘, 만두야~ 하고 말이지.
동네를 서성이는데 어느 닝겐이 쪼그려 앉아 나를 불러서 반갑게 맞이했더니 츄르를 연거푸 주더라고.
가끔 먹는 거지만, 이거 먹을수록 입안에 촥촥 달라붙어 도저히 떨어지질 않아.
그래서 말인데 나를 알고 오는 닝겐들은 빈손으로 와서 나를 부르지 말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왕이면 츄르 두 개 정도는 꼭 가져왔으면 좋겠어.
한국사람들 하나는 정이 없다고 늘 두 개 이상 주는 걸 좋아하는 인정 많은 민족이란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브레이크 타임으로 인해 종댕이길 다녀온 갈증으로 톡 쏘는 탄산음료를 마셨고, 곧장 칼국수집으로 오자
붙임성 많고 낙천적인 만두
지역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꽤 괜찮은 칼국수집으로 수육이 맛난 집, 7년 전에 허기진 속을 달랠 심산으로 우연히 들렀다 조용한 동네와 달리 식당은 입추의 여지가 없던 곳으로 브레이크타임이 끝나자 봇물처럼 사람들이 밀려들어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야들야들하고 촉촉한 수육엔 변함없고, 편안한 외출복차림의 지역 사람들 사이 입소문으로 바지락 칼국수도 괜찮다.
3명이 앉아 정신없이 줍줍하고 밖을 나오자 거짓말처럼 소나기가 내리고, 산언저리 구름은 잰걸음으로 산마루를 꾸역꾸역 넘는 행적을 쫓아 어느덧 일대 풍경에도 심취했다.
들어설 때 살갑게 대해주던 냥이 만두의 환영을 받고, 나설 때 노래하던 제비 가족의 인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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